코로나 우려에 "집 보러 오지 마세요"…매매·전세까지 영향

입력 2020-03-01 10:55   수정 2020-03-02 11:40

코로나 우려에 "집 보러 오지 마세요"…매매·전세까지 영향
정부 규제에 코로나19까지 덮쳐 부동산중개업소 방문 급감
수원 등 조정지역 싼 매물은 일부 팔려…풍선효과 '노도강' 집도 안보고 사기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중개업소를 찾는 방문 고객이 급감한 것은 물론,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집 보여주기를 거부해 거래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일대는 정부의 12·16대책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코로나19 영향까지 미쳐 매매도, 전세도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이에 비해 매물이 부족한 서울 강북권 일부 9억원 이하 아파트 단지는 매수 문의가 줄었음에도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 코로나 감염 우려에 "집 보러 오지 마세요"…거래 냉랭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12·16대책의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 대출 금지와 정부의 강도 높은 실거래가 전수조사 등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치면서 냉랭한 분위기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가 나타나 집을 보고 싶다고 해도 집주인들이 코로나 감염이 걱정된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간혹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들과는 마스크를 쓰고 짧게 상담하지만 한계가 있고 집도 못 보여주니 계약이 될 턱이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마스크를 쓰고 가겠다고 해도 다음에 오라며 손사래를 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재건축 대상이 아닌 일반 아파트는 집안 구조나 조망, 수리 정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집을 안 보고는 거래가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천구 목동 일대도 최근 거래 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 중과 회피 매물이 1∼2건 나와 있는데 12·16대책에다 코로나 영향까지 겹쳐 매수세가 거의 없다"며 "집주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간다고 해도 방문을 꺼리는 상황이어서 이러다 부동산 시장이 마비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달 초·중순 10여건의 급매물이 팔리며 호가가 올랐던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주 들어 매수 문의가 다시 급감하면서 거래가 안 되고 있다.
전용 76㎡의 경우 18억원대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고 현재 호가가 20억∼20억5천만원 선에 이른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이 빠지고 다시 20억원대를 회복하자 매수자들이 진입을 망설이고 있다"며 "코로나 영향까지 겹쳐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전세 거래에도 제약이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는 요즘 비수기라 많이 돌 때가 아니지만 간혹 찾아오는 수요자들도 집 보여주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반드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재계약을 하고 눌러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방문 등으로 인한 대면 접촉을 피하려고 집 내부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한다.
노원구 하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젊은 임차인이 집 보러 가겠다고 하니까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다며 실내 구조를 영상으로 찍어 대신 보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합원 총회를 앞둔 재건축 조합들은 코로나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조합원들이 집결하는 총회를 연기해야 할지, 열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최근 송파구 잠실동 장미 1·2·3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코로나 확산 우려 속에서도 참석자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간단한 예방책으로 조합창립총회를 진행했는가 하면 송파구 한양 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총회 개최를 연기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유예기간인 4월 말 전까지 일반분양을 마쳐야 하는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나 강동구 둔촌 주공 등도 3∼4월 중으로 관리처분변경인가 총회를 열고 안건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 조정지역 매수세 감소 속 싼 매물은 팔려…'노도강'은 풍선효과 여전
지난달 20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원·안양 등지는 규제 강화에 코로나 영향까지 겹치며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과 달리 며칠 지켜보던 대기자들이 시세보다 싸게 나온 물건들은 사기도 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서수원레이브푸르지오2단지 전용 84.9㎡는 지난 25일 3억9천5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최근 4억∼4억1천만원 이상 팔린 것보다 낫게 가격 조정이 되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입북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지역이 됐지만 서수원 사이언스파크 개발 호재도 있고, 호매실이나 화서 등지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있어 현재 호가가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코로나 걱정까지 커지며 매수 문의는 많이 줄었는데 그만큼 매물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왕시 내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말이면 방문 예약이 항상 잡혀 있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한 명도 없다"며 "조정지역 지정 이후에도 매물이 크게 늘지 않아서 호가도 유지되는 편인데 아무래도 가격을 낮춰야 계약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등 일명 '노·도·강' 지역은 9억원 이하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몰리는 분위기다. 코로나 영향에 방문 고객은 감소했는데도 가격 상승세는 지속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4구 아파트값이 0.06% 하락한 가운데 노원구와 강북구는 각각 0.09%, 도봉구는 0.08% 오르는 등 상대적으로 강세가 두드러졌다.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는 지난주 전용 84㎡가 8억원 선에 거래됐다. 지난달 중순 7억4천만원 선에 팔린 것보다 6천만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하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코로나 때문에 방문객이 확실히 줄었지만 전화 문의는 꾸준히 들어온다"며 "중계동과 가깝고 동북선 착공 호재도 있어 매물이 나오면 계약이 이뤄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도봉구 창동주공3단지 해등마을 전용 49.9㎡는 지난달 28일 매수자가 집도 안 보고 5억3천만원에 계약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창동의 한 중개사는 "12·16대책 이후 9억원 이하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매물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 때문에 방문이 꺼려지니 집도 안 보고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sms@yna.co.kr,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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