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여성의 어머니' 호주 의사 캐서린 햄린 별세

입력 2020-03-20 16:56   수정 2020-03-20 16:57

'에티오피아 여성의 어머니' 호주 의사 캐서린 햄린 별세
2009년 '대안 노벨상' 수상…60여년간 수만 명 치료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고국을 떠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병원을 세워 60여년간 여성 수만 명의 목숨을 구한 호주 의사 캐서린 햄린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BBC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인 햄린은 이날 제2의 고향인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1924년 시드니에서 태어난 햄린은 여성과 아동을 돕고 싶다며 의사가 됐고 역시 의사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일하기를 원한 이들 부부는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서 에티오피아에서 일할 산부인과 의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1959년 현지로 이주했다.
햄린은 생전에 BBC에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려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초 3년 정도만 머무를 계획이었던 햄린은 6만명 이상의 여성들을 치료하며 에티오피아를 떠나지 않았다.
이처럼 헌신한 경험으로 햄린은 생전에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2009년에는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 생활상'을 공동 수상했다. 대안 노벨상은 세계 각지에서 정의와 진실, 평화 증진을 위해 힘쓴 이들에게 수여된다.
햄린은 난산이나 사산으로 인해 장기에 구멍이 뚫리는 병인 '누'(obstetric fistulas)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돌봤다.
그가 세운 '햄린 누 에티오피아' 재단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성 중 최소한 100만명이 이러한 질환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여성들은 방광이나 직장 등에 비정상적인 구멍이 생겨 대·소변이 새어 나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종종 외면당한다.
햄린은 이들에게 무료 재건수술을 했으며 정신적 외상 치료에도 힘썼다.
이러한 활동으로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에마예'(어머니라는 뜻)라고 불렸다.
그는 과거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리 부부는 첫 번째 누 환자의 슬픔을 목격했는데, 소변에 젖고 낡은 옷을 입은 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다른 외래환자와 떨어진 곳에 홀로 앉아있었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이 여성에게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이 질환을 치료하는 6개의 병원이 운영 중이다. 햄린의 재단은 2007년부터는 조산사도 양성, 필요한 지역에 파견하고 있다.
201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이처럼 여성 건강 개선에 힘쓴 햄린에게 지난해 시민권을 줬다.
아비 총리는 햄린의 별세 소식에 트위터를 통해 "에티오피아가 수많은 여성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60년간 헌신한 진정한 보석을 잃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햄린의 재단은 앞으로도 햄린의 정신을 지키고 에티오피아에서 누를 근절하고자 한 그의 꿈을 실현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에선 햄린의 저서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이 2009년 번역 출간된 바 있다.
같은 해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그들을 돌보려 하지 않았다"며 "그들을 보고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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