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은 없다" 서방국가들의 마스크 쟁탈전 천태만상

입력 2020-04-04 05:00  

"우방은 없다" 서방국가들의 마스크 쟁탈전 천태만상
중국 공항서 이륙 직전 '웃돈' 제시해 배송지 바꾼 사례도
우방국이 주문한 마스크 웃돈 내고 중간에 가로채기 빈번…"시장질서 붕괴"
코로나19 진단키트 확보에 정보기관 동원도



(파리·베를린=연합뉴스) 김용래 이광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정된 수량의 마스크를 놓고 각국이 치열한 막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동맹(우방)국들 사이에서도 마지막에 웃돈을 제시하면서 다른 나라의 물량을 가로채는 것은 물론 정보기관까지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공영 AFP통신은 3일(현지시간) 정부가 물량을 비축해두는 것에서부터 마스크를 대거 실은 비행기가 이륙 직전에 최고금액을 제시한 나라로 목적지를 바꾸는 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페어플레이'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중개업자들을 동원한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통의 동맹국인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물량 확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싸움이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마스크를 구하려는 나라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프랑스의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지방의 발레리 페크레스 광역의회 의장은 미리 주문해 인도를 기다리던 마스크가 마지막 순간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미국인들에 의해 빼앗겼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이 막후에서 현금을 제시해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업자들의 구미에 맞게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일드프랑스 지방은 프랑스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용 마스크의 일반인 구매를 원천 차단했지만, 의사와 간호사들마저 마스크가 부족해 최전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미국의 중개업자들이 프랑스가 중국에 주문한 마스크들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중간에 빼앗았다는 것이 프랑스의 관측이다.
특히 최근 한 번은 중국의 공항에서 마스크를 적재하고 프랑스를 향해 출발하려던 화물기 한 대가 이륙 직전에 미국 측으로부터 높은 가격을 제안받고 목적지를 변경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AFP통신에 "프랑스가 중국에 주문한 마스크를 미국 정부가 중간에 가로챈 적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물량을 가로챈 미국의 당사자는 민간 기업이거나 미국의 각 주 정부를 대행해 움직이는 전문 중개업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AFP는 전했다.
독일이 해외에서 주문한 마스크가 미국에 가로채기 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베를린 주정부는 의료진을 위해 유럽의 마스크 등급인 FFP2, FFP3 마스크 20만 개를 제조사 3M의 중국 공장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마스크 물량은 태국 방콕에서 행선지가 변경돼 미국으로 향했다.
베를린 주의회 관계자는 "현대판 해적행위로 비인간적이고 용납할 수 없다"며 독일 정부가 미국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도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일 "미국의 마스크 수요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캐나다 역시 그렇다.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다른 나라가 주문한 물량을 중간에 가로챘다는 보도도 나왔다.
주간 렉스프레스는 최근 보도에서 마스크 품귀에 시달리는 프랑스가 스웨덴의 한 업체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미리 주문한 물량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문제가 불거지지 스웨덴 정부까지 나서서 프랑스에 신사적으로 행동하라고 촉구까지 했다.
스웨덴 외무부는 AFP통신에 보낸 입장문에서 "우리는 프랑스가 의료용품의 징발을 즉각 중단하고 원활한 유통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런 위기의 시기에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서방 국가들의 치열한 마스크 쟁탈전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레이 모토비로베츠 의원은 최근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하려고 중국을 방문한 경험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우리 영사들이 마스크를 구하려고 중국의 공장에 갔더니 우리가 주문한 물량을 가져가려고 하는 다른 나라(러시아, 미국, 프랑스) 사람들이 와 있었다"면서 "우리가 선금을 보내고 주문계약까지 했는데도 그들은 현금으로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 결국 주문한 물량을 확보하려고 싸워야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을 맞아 마스크 등 의료용품 쟁탈전에는 중개업자들뿐 아니라 정보기관도 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지난달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해 투입됐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마스크와 진단키트 등의 물량 확보를 위해 중개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방위적인 마스크 쟁탈전에 대해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크리스토퍼 유킨스 교수는 "코로나19 관련 물품의 시장이 붕괴하고 있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라는 방식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촌평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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