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멈춰선 독일, 마스크 권고 '군불'…문신 디자이너도 제조

입력 2020-04-07 07:01  

일상 멈춰선 독일, 마스크 권고 '군불'…문신 디자이너도 제조
정치인·전문가 잇단 마스크 착용 권고 발언…면마스크 제조 열기
마스크에 부정적이던 언론도 '효과 증거 없다'는 WHO 비판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정부와 의료계가 일상생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용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온 마스크 착용에 대해 태도가 달라졌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일상제한 조치를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점과 상점 등 상당수의 자영업자는 위기에 처했고, 기업들은 정부에 앞다퉈 급여 보조를 신청하고 있다.
이제 독일 정부의 시선은 오는 19일까지로 일부 연장 가능성도 나오는 일상제한 조치 이후로 향해 있다. 물론 이때까지 코로나19의 불길은 어느 정도 잡았다는 가정에서다.
경제가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시민이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되면 감염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앞서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 사회적 거리 유지와 손 위생관리를 감염 확산의 방어책으로 제기했지만, 코로나19의 기세 앞에 무력했다.
결국 독일이 의료진의 사용 외에는 권장하지 않았던 마스크 착용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지난 5일 방송을 통해 "우리는 매우 많은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연정 소수파 사회민주당의 보건정책 전문가인 카를 라우터바흐는 최근 "우리가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는 국가가 몇 달 동안 충분한 마스크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상점과 대중교통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도 이달 초 마스크 착용에 대한 입장이 변화 조짐을 보였다.
RKI는 홈페이지에 증상이 없더라도 마스크를 쓰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할 위험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올렸다. 다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RKI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을 준용해왔다. WHO는 마스크 착용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없는 데다,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바이러스로부터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질 수 있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왔다.
의료진의 마스크 착용만 권고해온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은 체코와 오스트리아가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독일에서 의무화의 필요성은 없다면서도 자발적인 착용에 대해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감염 전문가들도 잇따라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불과 2∼3주 전만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마스크 착용이 감염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스크 착용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던 언론에서도 WHO의 입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차이트온라인은 최근 기사에서 "마스크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해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 시점에서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독일 당국이 마스크 착용에 대해 직접적으로 권고하지 않는 것은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독일은 의료진용 마스크를 조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면마스크를 만들어 착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한다면 '대란'일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독일 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고 생산을 늘리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숄츠 장관은 독일 내에서 마스크 등 보호 장비 생산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위기 상황에서는 제조업이 의료 장비 제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전염병 사태에서 (방호 물자를) 자립 생산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면서 주권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 등 외국에 마스크와 산소호흡기, 방호복 등을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 상점 운영 금지 및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바이에른주는 면마스크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개인 디자이너 상점과 양장점 등에 대해 운영 금지를 풀었다.
바이에른주는 문신 디자이너도 가게 문을 열고 면마스크를 제조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지방정부는 의류 공장이 면마스크와 보호복을 생산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등 대형 제조사들도 마스크 재료를 해외에서 구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이들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생산해 지역 의료계에 공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마스크 정책에 대해 언론도 비판하기 시작했다.
슈피겔온라인은 "정부가 충분한 마스크를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할 수 없다"면서 "언젠가 코로나19 위기의 역사를 기술하게 되면 마스크 정책에 대한 정부의 실패를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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