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조원태, '코로나 위기' 기회로 전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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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4-21 07:11   수정 2020-04-21 14:40

취임 1주년 맞은 조원태, '코로나 위기' 기회로 전환할까

취임 1주년 맞은 조원태, '코로나 위기' 기회로 전환할까
대한항공 유동성 부족…그룹 재무구조 개선·유동성 확보 총력
경영권 분쟁 1라운드 완승에도 3자연합 지분 늘리며 계속 압박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장남 조원태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오는 24일이면 1년이 된다.
최근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 완승을 거둔 조 회장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이 휘청거리고 있어 마냥 자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최근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고사 위기에 처한 가운데 각종 자구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별도의 취임 1주년 행사는 열지 않을 계획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비록 경영권 분쟁을 겪기는 했지만 조 회장이 지난 1년간 "현장 중심 경영, 소통 경영에 중점을 두겠다"는 취임 일성을 토대로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그룹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조 회장은 취임 7개월 만인 작년 11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세대 교체를 이루는 동시에 임원 수를 20% 이상 감축하며 조직 슬림화를 꾀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 복귀가 점쳐졌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배제됐다.
결국 이에 불만을 품은 조 전 부사장이 작년 말 조 회장을 향해 반기 들며 그룹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부상했고, 조 전 부사장은 총수 일가를 계속 견제해 온 KCGI, 그룹 우군으로 알려졌던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반(反)조원태 전선'을 구축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달린 지난달 한진칼[180640] 정기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등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노조를 비롯한 한진그룹 임직원이 뭉쳐 조 회장을 지지하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며 조 회장의 사내 입지를 굳건하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조 회장은 민폐 논란을 딛고 '우한 전세기'에 탑승해 최고경영자(CEO)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직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 이후 자진해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사상 처음으로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넘겨주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조 전 부사장 등의 3자 연합이 주총 전날 반도건설의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항고한 데 이어 한진칼 지분을 끌어모으며 임시주총 등 2차전에 대비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KCGI(19.36%),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 등 총 42.75%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41.30%)을 넘어섰다.
재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는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 효력이 풀리는 7월 이후가 될 것"이라며 "그전에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최소 4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분 매입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조 회장도 우호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조 회장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여객 매출의 94%에 달하는 국제선 운항을 대부분 중단하며 매출이 급감한 데다 고정비 등의 비중이 커 자칫하면 이달 중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항공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휴업에 들어가고, 임원진의 급여를 30∼50% 반납하기로 하는 등 각종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하향 조정하며 조기 상환 리스크도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향후 어떻게 경영 능력을 발휘해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회장은 지난달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그동안 쌓은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극복에 매진하고 있다.
또 송현동 부지를 비롯한 그룹의 유휴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낸 담화문에서 "코로나19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으로 회사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타격이 워낙 큰 데다 현재 진행형이어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서 선친인 고 조양호 회장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1998년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유리한 조건으로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만큼 그룹 안팎에서는 조 회장도 이 같은 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주관사 선정 등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비롯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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