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만찬도, 순례도 실종…라마단도 '코로나 거리두기'

입력 2020-04-21 11:48  

길거리 만찬도, 순례도 실종…라마단도 '코로나 거리두기'
이집트 등 자선 이프타르 금지…순례·기도회 제한
'온라인 이프타르' 움직임도…각종 행사 줄어 취약계층에 힘든 '명절'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올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은 이달 23일(터키는 24일) 일몰에 시작돼 다음달 23일 일몰까지 이어진다.
라마단의 대표적 풍습은 매일 금식 시간이 끝나고 일몰 후 즐기는 성대한 만찬, 즉 '이프타르'다.
이프타르는 각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사원에서도 대규모로 매일 펼쳐진다.
마을 광장에는 테이블이 길게 이어지고,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이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기름지고 달콤한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눈다.
지난해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마련된 한 이프타르 행사에 늘어선 테이블의 길이는 총 3,189m에 이어져 장관을 연출했으며,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 이프타르 테이블'로 기록됐다.
평소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도 라마단 기간에는 이프타르를 무료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라마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이동제한령과 집회금지령, 통행금지로 이러한 라마단 풍경을 볼 수 없게 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0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이집트 당국은 세계적인 '볼거리'이기도 한 길거리 자선 이프타르를 금지했다.
아시아와 중동 밖 각국의 이슬람계도 예년과 달리 단체 이프타르를 마련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성지 메디나에 있는 예언자 사원은 매해 사원 주변에서 펼쳐지는 무료 이프타르 행사를 금지했다.
성지 순례도 대부분 차단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성지 방문과 이프타르 모임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달 19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성스러운 라마단 달에 우리는 이프타르 같은 평소 행사를 못 할 것"이라며 "(성지와 사원도) 앞으로 2주 더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라마단 기간에도 순례객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예년에는 전 세계로부터 수많은 무슬림이 라마단에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순례했다.
기도회 제한 방침이 보수 종교계의 반발로 취소되거나 철회되기도 한다고 WP는 전했다.
파키스탄 매체 지오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사원 기도회 규모를 5명 이하로 제한했다가 반발에 50명으로 완화했으며, 18일에는 기도회 제한을 아예 포기했다.
원리주의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서부의 당국은 이달 초 금요 기도회를 2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튿날 HTS의 전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금요 기도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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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제한령으로 발이 묶인 미국 등에서는 각자의 집에서 음식을 앞에 놓고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며 이프타르를 보내는 '온라인 이프타르'나 'BYOI 이프타르'를 계획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WSJ이 소개했다.
BYOI는 '각자 이프타르 음식 준비'를 뜻하는 Bring Your Own Iftar'의 첫 글자들을 조합한 표현이다.
평소 라마단은 금식기간인 동시에 나눔 실천이 강조되는 기간이지만 팬데믹으로 생활고가 심해진 취약계층은 이프타르 등 각종 행사 취소로 더욱 곤궁하고 쓸쓸한 명절을 보낼 처지다.
코로나19 사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품물가도 치솟고 있다.
이집트 종교당국은 자선 이프타르가 금지되는 점을 고려해 라마단에 앞서 이웃돕기를 실천하라고 독려했다.
내전이 이어지는 예멘에서 두 자녀를 기르며 대학을 다니는 사미르 아흐메드 알하르비(32) WP에 "라마단이 가깝지만 음식을 충분히 살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아프가니스탄 구호단체 자미아트 에슬라의 회원 압둘 파타 자와드는 "사람들이 전화나 문자로, 혹은 직접 와서 기부를 호소한다"며 "어떤 가족은 단 일주일치 양식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극심하다"고 설명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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