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친서 보냈던 트럼프, '돌아온 김정은' 환영하며 다시 손짓

입력 2020-05-03 11:38   수정 2020-05-03 16:05

코로나친서 보냈던 트럼프, '돌아온 김정은' 환영하며 다시 손짓
북미교착 속 톱다운 소통 모멘텀 되나…코로나19 매개될지 주목
재선 리스크 최소화 관리 차원도…외신 "비핵화협상 전망은 여전히 암울"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신변이상설'을 잠재우고 20일 만에 나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환영 메시지를 직접 타전하며 손을 내밀었다.
북미 간 교착이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신변상 안위의 문제를 매개로 다시 한번 '톱다운 소통'에 나선 것이다.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건강하게 돌아와서 기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소식이 북한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보도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면 와중에 한달여만에 백악관을 탈출, 메릴랜드주(州)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트윗이 올라온 시각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오전 6시30분)으로, 북한의 아침 시간대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직은 언급하지 않는 것 좋겠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사이 김 위원장의 건재 관련 북한 보도에 대한 미 정보당국 차원의 사실관계 확인이 마무리됐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날 트윗은 일단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된 계기에 다시 '올리브 가지'를 건넴으로써 북미간 대화를 다시 이어가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동시에 두 정상 간 친분과 신뢰를 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대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상황 관리 차원도 깔려 있어 보인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대응에 매몰된 가운데 추가 돌발변수를 최소화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만일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로 드러났더라면 정상간 외교에 의해 떠받쳐져 온 북미 관계가 시계제로로 빠져들며 재선 가도에서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맞닥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건강이상설 제기 국면에서 특유의 과장 화법과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받았지만,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며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 모드도 견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 위원장에 대한 트윗을 올리기에 앞서 2018년 6·12 싱가포르 회담 당시 북미 정상의 악수 장면이 담긴 캠프 측의 재선 홍보 동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한 것도 그만큼 북한 문제를 중요한 외교성과로 여기고 있으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스처로도 읽힐 소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김 위원장에 대해 "적당한 때에 이야기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이날 환영 트윗 외에 추가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번 주말 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한 가운데 트윗과 별도로 친서 전달 등 김 위원장에 대한 추가 소통 시도가 있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는 언급은 발언대로라면 통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김 위원장과 통화를 했다는 그의 거듭된 주장에도 북미 정상 간 '핫라인 소통'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계속 손짓을 보내온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하나의 고리가 될지도 주목이 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코로나19 방역 지원 의사 등을 담은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등 코로나19 국면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의사를 계속 밝혀왔다.
한미정상도 지난달 18일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인도적 지원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가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기근, 식량 부족이 있을 실질적 위험도 있다"며 기근 문제를 거론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발병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이번 두문불출도 측근 인사들의 발열 증세로 인해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차원의 '원산 체류'였다는 게 한미 당국의 판단이라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도 전날 나온 바 있다.
다만 북한이 그동안 미국의 코로나19 지원 문제에 대해 '응답'하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태도 변화로 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보낸 '신호'에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에 더해 두 정상의 '톱다운 소통'이 이어지더라도 북미 양측의 입장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답보 상태의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으로서도 미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있는 가운데 상황을 관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의 재등장을 반겼지만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친구'라고 불러왔지만 지난 3주간의 '미스터리'는 미국을 위협하는 핵무기 포기 설득 작업에 대한 진전의 결여와 관계의 한계를 부각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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