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재건축 수주전…후분양에 미분양 떠안기까지 '유혹'(종합)

입력 2020-05-04 13:39  

다시 불붙는 재건축 수주전…후분양에 미분양 떠안기까지 '유혹'(종합)
반포3주구·신반포21차 등 건설사 수주 사활…사업조건 경쟁 과열
공시지가 하락하면 후분양 되레 불리해…품질 저하 등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후분양' 이슈로 달아오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정비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자 건설사들이 앞다퉈 상한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후분양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한남3구역 검찰 조사 이후 잠잠해진 듯했던 재건축·재개발 수주전도 건설사의 과도한 사업 제안으로 다시 과열되는 양상이다.
삼성물산[028260]과 대우건설[047040]이 맞붙은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가 가장 뜨겁다.
삼성물산은 최근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100% 준공 후 분양'을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통상 건설사들은 선분양을 선호한다. 착공과 동시에 일반분양을 해야 계약자로부터 받은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번에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제안하고, 공사비를 시공사가 기꺼이 조달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에서 공사에 필요한 공사비 8천억원을 포함해 사업비 전체를 연 1.9%로 빌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저리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포3주구의 경우 재건축 가구수가 총 2천91가구로, 이 가운데 약 500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대우건설은 선분양과 함께 후분양 및 리츠 방식을 선택지에 추가했다. 조합이 원하면 후분양을 하거나 리츠 회사를 설립해 일반분양분도 사주겠다는 것이다.
사업비와 관련해서는 7천800억원에 대해 연 0.9%의 낮은 금리로 제공하고, 후분양과 리츠 착공후 발생하는 사업비(공사비 등) 금융비용은 경쟁입찰을 통한 1금융권 금리로 빌린다.
리츠 방식은 대우건설이 만든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투게더 투자운용'이 재건축 리츠를 설립해 일반분양을 사들이고, 일정 기간 임대주택으로 운영한 뒤 운영 기간 종료 후 시세 수준으로 매각하는 형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리츠 방식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회피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건설도 후분양을 제안하고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공정률의 70% 시점에 일반분양을 하고, 조합원들에게는 공사비 조달에 따른 이자는 물론 분양대금도 입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파격 제안을 했다. 후분양에 따른 금융조달 비용을 건설사가 떠안으면서 준공 때까지 조합원의 부담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건설사의 후분양 제안이 줄을 잇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파로 사업성이 떨어진 조합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준공 후 분양을 해도 똑같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최근 공시지가 인상 폭과 현실화율 제고 움직임을 고려할 때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합과 시공사 측 생각이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는 토지비와 기본형 건축비를 합산해 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토지비에 대한 감정가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된다.
삼성물산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반포3주구의 후분양으로 조합측 분양수입이 선분양보다 2천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는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분양가에 민감한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후분양 사업 제안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사업성이 악화하면 조합이 재건축을 중단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후분양'이라는 당근책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대치 은마, 잠실 주공5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후분양까지 하게 되면 강남권에 상당 기간 신규 분양 공백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후분양을 한다고 반드시 분양가를 높게 받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조합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분양은 땅값과 공시지가가 계속해서 올라야 이득이 생기는데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경우 공시지가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오히려 후분양이 불리해진다.
한 건설사 임원은 "조합에 분양과 관련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도움은 되겠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다른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후분양만으로 조합의 요구가 모두 충족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후분양으로 인한 막대한 자금 조달에 개입하고, 일부 금융비용까지 떠안는 만큼 공사 품질 저하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후분양 등 파격 조건 제안으로 발생한 손실이나 수익감소를 다른 쪽에서 만회하려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조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일단 강남권이라도 대규모 단지에서는 후분양 제안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포3주구나 신반포21차의 경우 재건축 일반분양분이 500가구 이하여서 후분양에 따른 건설사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일반분양분이 많은 초대형 단지는 건설사가 막대한 공사비를 우선 조달하고, 일부 금융비용까지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에 반발해 조합측이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반분양분만 5천가구에 육박하다 보니 시공사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자체 이익 극대화를 위해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입찰을 금지하고 있다"며 "소규모라면 몰라도 대규모 단지는 한 회사가 전체 공사비 조달과 금융비용 부담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후분양 외에 다른 무리한 사업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일부 출혈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수주를 위해 후분양과 함께 대물변제 안까지 제시했다.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가 올라 일반분양분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회사가 대신 떠안아주겠다는 제안이다.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의 조합 사업비 조달 금리를 0.9% 고정금리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고려한 조달금리가 3%대 중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이에 대해 "해당 금리로 조달이 어려울 경우 회사측에서 이자율 차액을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의 관리처분인가를 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3개월 만에 진행하겠다고 한 것도 논란이다. 삼성은 공사 기간도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단축해 34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업기간 단축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해 조합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담당은 "공사 기간 단축은 가능하다 해도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 과연 3개월 만에 관리처분인가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반포 3주구와 신반포21차는 이달 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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