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국 유혈폭력 시위 확산일로…교민 보호에 만전 기해야

입력 2020-06-01 14:53   수정 2020-06-01 16:45

[연합시론] 미국 유혈폭력 시위 확산일로…교민 보호에 만전 기해야

(서울=연합뉴스) 미국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약탈, 방화는 물론 총격까지 동반한 유혈 폭력 시위는 미국 전역의 75개 도시로 확산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대혼란 속에 지금까지 최소한 네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600여명이 체포됐다.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사건 이후 가장 많은 20여개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수도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주 등 12개 주에서는 주 방위군이 시위 진압에 동원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군 투입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전과 베트남전의 미군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1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경제는 중국과의 전방위적 대치와 코로나19가 겹치며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취약성을 노출한 미국의 위기 대응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의 무리한 체포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건이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플로이드 씨는 "숨을 못 쉬겠다"고 호소했지만 이를 무시한 경찰의 무릎에 눌려 결국 8분 만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흑인을 중심으로 분노가 퍼졌고 순식간에 대규모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 트럼프 집권 후 심화한 백인 우월주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실직 사태의 피해도 흑인 등 약자들에게 집중됐다. 미국 사회 내부의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 언제든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도리어 '말 폭탄'으로 불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수 일전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파문이 일자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하더니 31일(현지시간)에는 시위대를 '폭도', '무정부주의자', '급진 좌파' 등으로 맹비난했다. 대선 전략 차원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급기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관영 매체로부터 '아름다운 광경', '미국의 봄'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처지가 됐다.

이번 사태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의 아픈 기억을 소환한다. '로드니 킹 사건'이 발단이 된 유혈 사태로 사흘간 55명이 사망하고 2천300여명이 부상했는데 엉뚱하게 이 사건과 무관한 한인들이 주타깃이 됐다. 당시 전체 피해액 7억달러 중 절반 이상이 한국 교민들에게 집중됐다. 이번에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10곳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26곳의 한인 상점이 약탈, 방화 등의 피해를 봤다. 우리 교민을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나 폭력이 무차별적으로 분출하는 시위 현장에서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주미 대사관을 비롯한 미국 내 재외공관들은 홈페이지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휴대전화 문자 등을 통해 교민들에게 시위 현장 접근을 자제하고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영사 조력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민자의 설움과 애환을 이겨내며 일궈낸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공관들은 시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현지 중앙ㆍ지방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는 한편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을 강구해 교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온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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