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난에 농작물 파종도 못해…베네수엘라 식량위기 심화 우려

입력 2020-06-12 01:04  

연료난에 농작물 파종도 못해…베네수엘라 식량위기 심화 우려
농기계용 기름 부족…"올해 옥수수 수확량, 수요의 ¼ 못미칠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연료난 탓에 농민들이 파종 시기도 놓치면서 식량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농민연합인 페데아그로를 인용해 베네수엘라에서 지난해 채소를 재배했던 농지의 절반 이상은 새로 농작물을 심지 못해 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영리기구인 국제위기그룹은 베네수엘라가 "기근 직전"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수년째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최근 연료난도 더욱 극심해졌다. 시설 노후화와 관리 부실 등으로 자체 연료 생산 능력도 급감한 데다 미국 제재로 연료 수입이 어려워졌다.
농민들이 기름이 없어 농기계나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다 자란 농작물이 수확 시기를 놓쳐 버려지는 경우도 속출했는데 새 작물을 심는 일도 쉽지 않다.
농민 로베르토 라티니는 옥수수를 심을 작정이었으나 연료를 구하지 못해 파종 시기의 건기가 끝나버렸다. 우기에도 심을 수 있는 벼를 대신 심기로 했으나 여전히 충분한 연료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라티니는 블룸버그에 "시간이 점점 흘러서 파종하기엔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옥수수 재배농인 셀소 판티넬도 연료난으로 평소 심던 옥수수의 3분의 1밖에 심지 못했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이미 국민 3명 중 1명꼴인 930만 명이 기초 영양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연료난 속에 식량 위기도 악화할 일만 남았다.
페데아그로에 따르면 현재 전체 설탕공장의 6분의 1만 가동 중이며, 낙농업도 생산 가능량 대비 12%만 가동되고 있다. 연료난에 식량 유통도 힘들어졌다.
지난해엔 멕시코업체와 원유와 식품을 맞바꾸는 거래를 했는데, 미 제재 위반 논란이 있던 이 거래 역시 최근 해당 멕시코업체의 파산으로 더 이어가기가 불가능해졌다.
식량 공급은 계속 줄어드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남미 각국의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속속 귀국을 택하며 식량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옥수수의 경우 올해 수확량은 35만t으로, 160만t 수요의 4분의 1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IESA 경영대학원의 카를로스 마차도-알리슨 교수는 블룸버그에 "식량 위기는 단순히 식탁에 매일 빵을 올려놓을 수 있는지,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넘어 삶의 질에 대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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