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치료에 줄줄 새는 실손보험…수천억 환수소송전 가열

입력 2020-06-14 06:19  

검증 안된 치료에 줄줄 새는 실손보험…수천억 환수소송전 가열
효과·안전 인정 못 받은 치료에 진료비 청구는 불법
보험사들 "보험금 토해내라" 의료기관 상대 소송
재판부마다 판단 엇갈려…"임의 비급여 방치하면 결국 환자부담 증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A씨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허리뼈 압박골절상을 입고 B병원에서 '경피적 척추성형술'이라는 치료를 받았다.
척추 압박골절은 골다공증 환자의 뼈에 물리적 압박이 가해졌을 때 주로 발생하며, 경피적 척추성형술은 부러진 척추 부위에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현행 법령에 따라 의료기관은 경피적 척추성형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공식적으로 검증된 압박골절에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B병원은 A씨의 상태가 법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는데도 시술을 강행, 치료비 약 48만원 전액을 환자 본인부담으로 처리했다.
A씨는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치료비 전액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타갔다.
보험사는 A씨의 상태가 법령으로 정한 진료비 청구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보험금 지급 요구가 늘어난 후에야 B병원이 위법하게 환자 본인부담 처리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보험사는 뒤늦게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도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당국으로부터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지 못한 치료에 대해 환자에게 비용 전액을 부담시키는 행위를 '임의 비급여'라 부르며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경피적 척추성형술 외에도 맘모톰 유방양성종양절제술(이하 맘모톰 수술),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 즉 페인스크램블러 등 임의 비급여 진료를 놓고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부당이득반환천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례에 제시된 경피적 척추성형술은 상고심을 앞뒀으며, 맘모톰 수술은 1심이 일부 종결됐다.
이 가운데 맘모톰 수술은 작년 8월 공식적으로 효과를 인정받기 전까지 보험사를 합쳐 '부당' 진료비 금액이 1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험업계는 집계했다.
종양 치료술 하이푸(고강도 집속 초음파 치료)와 한약 성분을 정맥에 주입하는 혈액약침(산삼 약침) 등도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임의 비급여 청구가 잦은 치료법으로 꼽힌다.


임의 비급여가 불법이긴 하나 보험사들은 지급한 보험금을 대부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결론도 엇갈렸기 때문이다.
소송의 쟁점은 임의 비급여의 부당성보다는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소송을 낼 수 있는지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임의 비급여를 둘러싼 공방에서는 보험회사의 부당이득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2017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작년 말 맘모톰 수술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임의 비급여의 부당성 자체를 따지지 않고 소송 '각하'를 결정했다.
이 법원은 보험사가 부당이득 반환을 대신 요구할 자격이 없으며(채권자대위 불성립), 소송을 제기하려면 환자가 직접 병원에 소송을 낼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미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은 환자로서는 실질적인 부담자인 보험사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낼 실익이 전혀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나 환자의 불편을 고려한다면, 환자더러 소송을 내라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임의 비급여는 당국의 진료비 통제권 밖에 있기 때문에 고가이며, 따라서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나아가 실손보험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된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은 무려 134.6%이며 올해 1분기에는 137.2%로 상승했다.
갈수록 손해가 커지는 탓에 실손보험을 판매한 적 있는 30개 보험사 중 AXA손해보험, AIG손해보험, AIA생명보험, KB생명보험, DB생명보험 등 11곳이 판매를 중단했다.
일부 회사는 손해율이 높은 50대 이상은 일반 실손보험 대신 노인 실손보험만 들 수 있게 차등을 두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법령에 임의 비급여 진료비 환수 절차가 규정돼 있는데, 보험사는 환자를 대신해 소송조차 할 수 없다는 판례가 굳어진다면 임의 비급여가 더 심각해지고 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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