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년] 에티오피아 참전협회장 "한국전, 남 아닌 우리 전쟁"

입력 2020-06-20 08:00  

[6·25전쟁 70년] 에티오피아 참전협회장 "한국전, 남 아닌 우리 전쟁"
테세마 회장 "우리도 외침받아…한국발전은 기적, 비밀 알려달라"
"코로나19 방역성공도 공유 바라…남북통일이 나의 마지막 큰 꿈"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에티오피아도 이탈리아의 침공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 전쟁은 남의 전쟁이 아닌 우리의 전쟁이라 생각해 참전했습니다. 지금 한국의 발전은 기적 자체입니다. 그 비밀을 에티오피아에 제발 알려주기 바랍니다."
멜레세 테세마(90)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 경험도 적극적으로 나눠주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부분 90세 전후인 생존 참전용사 138명에게 한국에서 마스크를 지원해준 데 거듭 감사를 표하면서, 참전용사들이 후손들과 함께 대가족으로 살고 있고 물가가 너무 올라 생활이 대체로 어려운 편이라고 소개했다.
테세마 회장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남북 두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깊이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마지막 큰 꿈이 있다면 남북이 통일돼 유엔군 옆에서 에티오피아 국기를 들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테세마 회장과 일문일답.




--가족을 소개한다면
▲아내와 결혼한 지 55년 차 됐다. 나이 차가 16년이다. 뒤늦게 36살에 결혼했지만, 자녀 여섯을 뒀다. 하나님이 축복해줘서 애들도 다 잘 지내고 있고 손자와 손녀가 10명 있다. 아내와 관계도 어제 결혼한 것처럼 사랑이 넘친다. 이렇게 행복한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같다.

--한국전과 관련한 감회는
▲한국전쟁은 한국만의 전쟁이 아닌 국제적 전쟁이자 에티오피아의 전쟁이기도 했다. 두 나라의 대의인 자유를 위해 싸웠다. 군인으로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것, 희생할 수 있다는 것보다 큰 행복은 없다.

--한국전에서 가장 힘든 점은
▲한국 가자마자 겨울이라 힘들었다. 그런 추위는 이곳에서 상상할 수 없다.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고 포로 한명도 없을 정도로 용맹한 에티오피아 칵뉴부대의 비결은
▲칵뉴 부대원 모두가 한국인과 같은 아픔과 마음을 갖고 싸운 덕분이라 생각한다. 포로가 없었던 건 전투에서 내 앞과 뒤에 있는 전우들을 다 알고 있어서 누가 다치면 책임지고 후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였다.

--참전용사들이 보화고아원도 세웠는데
▲전쟁통에 부모 잃은 아이들이 길거리에 다니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당시 길거리 아이들을 캠프 안에 데려와 키우고 교육도 받게 했다. 그때 일곱살이던 아이가 지난 60주년 행사 때 우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 한국은 2010년, 2016년 두 차례 방문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참전용사 입장에선 지금의 한국 발전 자체가 그 옛날 역사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벌어진 기적이다. 제가 한국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건 과연 그 기적의 비밀이 무엇인가이다. 우리한테 알려주면 에티오피아도 짧은 시간 안에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서 에티오피아에도 많이 알려졌나
▲여기 뉴스에도 많이 나온다.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잡을 수 있었던 노하우도 에티오피아와 공유하면 우리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전 노병 입장에서 핵을 가진 북한 김정은 정권과 어떻게 하면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북한과 대한민국 다 통일의 마음을 가져야 하고 다른 정치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언어를 가진 민족으로 또 피를 흘린 상대로서 정치적으로 다른 나라가 중간에 끼지 않고 남북 간 서로 깊이 얘기하면 통일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의 마지막 큰 꿈이 있다면 한국이 북한과 통일돼 유엔군 옆에서 에티오피아 국기를 들 수 있는 그 날이 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참전용사 후손으로 '은희'라는 한국이름도 가진 라헬 솔로몬(22·메켈레대학 법학4)양의 암하릭어 통역과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 김선혜 실무관의 진행 도움으로 화상 앱 줌 등을 이용해 이뤄졌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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