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폭탄'…예멘 반군 장악 초대형 유조선 폭발 우려

입력 2020-06-30 17:05  

'떠다니는 폭탄'…예멘 반군 장악 초대형 유조선 폭발 우려
"엔진실 해수 침투·불활성 가스 유출…반군이 UN 조사 방해
폭발·침몰 시 홍해 생태계 파괴하는 대재앙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2015년부터 예멘 반군이 장악해온 중동 홍해상의 초대형 유조선이 관리 중단으로 폭발할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원유 1백만 배럴 이상을 싣고 있는 초대형 유조선 '세이퍼'에서 관리 부실로 폭발을 막기 위한 불활성 가스가 유출되고 선체 부식으로 바닷물이 침투해 침몰 위험마저 제기되고 있다.
세이퍼는 실제로 폭발 등을 통해 기름이 유출되면 홍해 인근 생태계와 수송경로를 파괴하는 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이퍼는 해상에서 원유를 저장하고 하역하는 부유식 원유저장·하역설비(FSO)로, 1970년대 일본에서 제조돼 1988년 예멘 국영석유사가 인수했다. 이 때부터 이 유조선은 에멘 연안에 정박해왔다.
하지만 예멘 석유회사는 운영예산의 지속적인 삭감으로 유조선 내 보일러 연료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일러가 멈춘 후 유조선 장비 대부분이 작동을 멈췄다"며 여기에는 선내 습도를 낮추고 부식을 예방하는 환기 시스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진행되던 연간 정비 작업도 2015년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유조선 정박지 인근 항구들을 장악한 후 완전히 중단됐다.
지난해 10월 예멘 석유광물부 장관이 마인 압둘말릭 사이드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유조선의 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한에는 "유조선 일부 장비가 녹슬었고 화재 경보시스템은 작동이 멈췄다"며 "더욱 위험한 것은 유조선 폭발을 막기 위해 투입된 불활성 가스가 유출됐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이 확보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선박 엔진실에 해수가 새어 들어가 송유관이 손상되고 선박 침몰 위험도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예멘 석유회사는 이달 초에 정비팀을 파견해 엔진실에 뚫린 구멍을 메꾸는 작업을 했지만, 봉합이 유지될지는 확실치 않다.
문제는 후티 반군이 유조선을 조사하고 인양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등 서방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예멘 정부와 전쟁 중인 후티 반군은 유조선을 자신들의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한 외교관은 "후티 반군은 유엔에 공개적으로 '우리가 공격받았을 때를 대비해 유조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UN이 선박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는 건 후티 반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유조선 조사 등을 허가해주는 대가로 유조선 내 석윳값에 해당하는 자금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이 유조선의 구조작업이 계속 미뤄지면 1989년 엑손발데즈호의 알래스카 노스 슬로프 사고 당시의 4배에 달하는 기름이 유출되는 환경 재앙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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