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선거인단 '배신투표' 쐐기…"주별 대선결과 불복안돼"

입력 2020-07-07 03:56  

美대법원, 선거인단 '배신투표' 쐐기…"주별 대선결과 불복안돼"
'신의없는 선거인' 사건서 만장일치 판결…2016 대선때 7명이 배신투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은 엄밀히 말해 간접선거 방식으로 대통령을 뽑는다.
오는 11월 3월 대선일에 국민이 참여해 5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538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하면 이 선거인들이 12월 별도의 선거인단 투표룰 통해 다수 득표자를 대통령으로 뽑는 방식이다.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하는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나머지 주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한다. 주별 선거에서 한 표라도 많이 득표한 후보에게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몰아주는 제도다.
그런데 이 선거인단이 해당 주의 투표 결과에 반하는 이른바 '배신투표'를 하면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연방대법원은 11월 대선을 4개월가량 앞둔 6일(현지시간) 선거인단이 주별 선거 결과를 따라야 하고 불복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선 배신투표를 한 선거인을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1900년부터 2012년까지 9명의 선거인이 배신투표를 했지만, 직전인 2016년 대선 때는 상황이 좀더 심각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미국 전체 득표수에서 앞섰지만 선거인단 확보 면에서 306표 대 232표으로 뒤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했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 10명의 선거인이 선거 결과에 반하는 배신투표를 했거나 시도하려다 저지됐다.
공화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텍사스의 선거인 2명이, 민주당에선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워싱턴주와 하와이주에서 모두 5명이 다른 이의 이름을 써냈다.
또 미네소타, 메인, 콜로라도 주에서 각각 민주당 선거인 1명이 힐러리 후보에게 배신 투표를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당시 미네소타와 콜로라도 선거인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결국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 304표, 힐러리 후보 227표였다.

이 논란은 소송으로 비화했다. 워싱턴 주정부가 배신투표를 한 3명의 선거인들에게 각각 1천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자 이들은 선거인단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소송을 낸 것이다.
당시 이들이 힐러리 후보를 찍지 않은 이유는 승자독식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공화당 선거인단도 자기들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힐러리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었다.
콜로라도주에서 교체 당한 선거인 1명도 별도로 소송을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32개 주와 워싱턴DC는 선거인이 그 주의 선거 결과를 준수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했다. 이 중 11개 주는 '신의없는 선거인'의 투표를 무효로 하거나 선거인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법을 갖고 있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콜로라도주 덴버 항소법원은 선거인들이 주별 선거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투표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반면 워싱턴주 대법원은 주 정부의 벌금 조치가 정당하다며 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주들이 선거인단 투표시 주별 선거 승리자를 지지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선거인을 처벌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주는 어떤 근거도 없이 수백만 시민의 투표를 뒤집는 선거인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다며 이는 헌법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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