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과 판박이' 미 대선 여론조사…올해는 믿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7-13 14:30   수정 2020-07-13 16:00

'4년전과 판박이' 미 대선 여론조사…올해는 믿을 수 있을까
대부분 바이든 낙승…'2016 학습효과' 유권자 불신도
2016년 표본·부동층 오류에 항의투표 지적…무소속 無·조기투표↑ 정확성 제고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진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11월 미 대선이 임박하면서 미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돌리고 있다는 내용의 여론 조사결과를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뒤진다. 4년 전에도 그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당시 여론조사의 미흡한 점을 분석하면서 올해는 정확성에 더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2016년 대선에서도 클린턴 힐러리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반대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많은 여론조사에서의 두 자릿수 우위, 격전지 리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주에서의 선전 등은 바이든의 승리를 시사한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지난 대선에서 대부분의 주에서 나온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고, 전체적으로 클린턴이 2.1%포인트 앞선 결과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거인단 승리를 안겨준 중서부 유권자들의 정서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제기됐다.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3개 주는 조사 104건 중 101건이 클린턴 승리를 점쳤다. 대부분 오차범위 내 수치였지만 15건은 두 자릿수 차가 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가까스로 이겨 선거인단 46명을 가져갔다. 당시 전체 선거인단 획득 결과가 306 대 232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정타였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인 로나 맥대니얼은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전례를 거론하며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를 일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의 예측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은 이번 대선 여론조사를 근본적 쇄신이 아니라 일부 미세조정으로 더욱 정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퓨리서치센터의 코트니 케네디와 마르케트 로스쿨 여론조사 책임자인 찰스 프랭클린은 지난 대선 여론조사를 복잡하게 했던 두 요소로 표본과 부동층을 꼽았다.
고등교육을 받은 유권자를 과다하고 잡았다거나, 뒤늦게 마음을 정한 유권자의 선택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선 공화당 선호 경향이 있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유권자 샘플을 늘리고 있다. 몬머스대 여론조사기관의 패트릭 머레이는 교육적 성취도에 무게를 좀 더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부동층의 경우 지난 대선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몬머스대 조사에서 약 90%가 찍을 후보를 정했다고 답한 게 그 근거다.
지난 대선에서 '항의투표'(승산 없는 쪽에 투표)가 이뤄져 여론조사 결과가 결과적으로 왜곡됐을 가능성도 나왔다.
터프츠대 브라이언 섀프너 교수는 "진보주의자들은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더 낫다고 봤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가 이긴다고 믿었다"며 "다만 그녀에게 투표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했고 항의투표도 괜찮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올 대선에서 눈에 띄는 무소속 후보가 없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자유당 개리 존슨 후보가 8월에 10% 가까운 지지율을 보여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조기투표 증가 여부도 변수다.
대선 직전인 10월에 여론조사를 할 때 유권자들이 투표한다면 조사의 정확성을 측정하기가 더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바이든이 앞선 형국이지만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세심히 살펴볼 필요성도 지적됐다.
예컨대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2%포인트 앞서고 오차범위가 4%포인트라면, 바이든이 최대 6%포인트 앞서거나 트럼프에 2%포인트 뒤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 대선은 여론조사에 대한 일정 부분 불신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유권자 데이비드 버지스는 "클린턴이 이긴다고 했지만 아니었다"며 "여론조사는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다. 나머지 빙산이 누구한테 투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상황 변경 가능성도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바이든이 트럼프를 두 자릿수 차로 앞선 지난달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이 아직 바이든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 유권자의 시각이 트럼프에 있었다며 10월에는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머레이는 전망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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