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경쟁 앞두고 日집권당 2인자 자리 샅바싸움

입력 2020-07-19 16:13  

'포스트 아베' 경쟁 앞두고 日집권당 2인자 자리 샅바싸움
니카이, 아베 정적 이시바 활용해 견제…차기 총리 구도와 얽혀
아베와 사이 틀어진 스가·최근 인기 상승한 고노 행보 주목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올해 가을 예상되는 일본 집권 자민당 간부 인사를 앞두고 차기 총리 경쟁과 맞물린 샅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당 총재가 되는 것은 총리가 되는 사실상의 필요조건인데 총재로 가는 길목인 자민당 간사장을 누가 차지할지가 주목된다.
정권이 말기를 향해 가면서 주요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으며 아베 총리가 당 총재로서 사실상 마지막 인사권을 행사할 다음 인사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정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니카이 vs 기시다…돈줄·공천권 쥔 간사장 쟁탈전
우선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9월께 예상되는 당 간부 인사에서 자리를 지킬지가 관건이다.
간사장은 당 인사, 자금 관리, 선거 공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이다. 니카이는 2016년 8월부터 4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켰다.

그가 올해 9월 8일까지 간사장을 계속하면 역대 최장수 자민당 간사장이 된다.
니카이는 "현 정권이 임기 끝까지 확실히 일하게 되는 것을 간사장으로서 보좌하고 싶다"며 최근 유임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올해 81세인 니카이는 간사장 자리를 유지하며 차기 총리 경쟁에서 '킹 메이커'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점 찍은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 간사장 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총리를 목표로 하지만 발언력이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기시다 입장에서는 간사장이 정치적 구심력을 키우기에 좋은 자리다.
아베 총리 외에도 아소 다로(麻生太郞), 모리 요시로(森喜朗),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등 간사장 이력을 발판으로 총리를 지낸 이들이 꽤 있다.
기시다는 작년 인사 때 간사장 자리를 원했고 아베 총리도 이를 수용하려 했으나 니카이가 반발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총리로서는 자신의 정적(政敵)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차기 총리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기시다에게 힘을 더 실어줄 필요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기시다는 한참 뒤처져 있다.

◇ 니카이, 아베 라이벌 이시바에 손 내밀어 '견제구'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최근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시바가 9월에 예정하고 있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강연하기로 한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 견제구를 던지기 위해 이시바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경질하고 기시다 정조회장에게 간사장 자리를 주면 '(反) 아베' 깃발을 든 이시바에게 협력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유권자 사이에서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는 니카이의 힘을 빌려 세력 확대를 꾀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중순 이시바가 니카이의 사무실로 송어 초밥 20상자를 보낸 것이 상징적 사건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20명의 추천이 필요한데 차기 총재 선거에서 협력해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이시바가 보낸 초밥이 자민당 본부를 술렁이게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19일 분위기를 전했다.
니카이의 포석에 아베 총리로서는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기시다와 만나 식사한 니카이는 덕담하기는 했으나 두 사람의 사이의 앙금이 얼마나 풀렸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베 정권이 코로나19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시다가 내놓은 정책을 막판에 뒤집어 망신을 준 바 있다.

◇ '패싱'에 삐진 아베의 복심 스가…거취 관심
아베 총리 재집권 후 줄곧 자리를 지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거취도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통상 당 간부 인사와 개각을 병행했다.
스가는 아베의 '복심'으로 불리며 위기 때마다 정권의 소방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아베 총리보좌관의 입김이 세지면서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몇 차례 배제된 후 스가와 아베 총리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가는 최근 니카이 간사장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에 이어 이달 1일에도 니카이와 식사를 했다.
일각에서는 스가 관방장관이 니카이 간사장과 연대해 이시바를 차기 총리로 만드는 데 힘을 합할 것이라는 억측까지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관방장관은 19일 민영 후지TV에 출연해 계속 관방장관으로서 아베 정권을 지탱할 것이냐는 물음에 "아베 정권을 만든 한 사람이므로 책임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역시 아베 총리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 될 전망이다.

◇ 이지스 어쇼어 중단시킨 고노 방위상 급부상
차기 총리 경쟁 구도에서 최근 새로 주목받는 것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다.
그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후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아베 총리는 처음에는 이지스 어쇼어 취소 구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나중에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치권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지스 어쇼어 취소 결정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 앞장선 아베 총리의 시각과 부합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미숙이나 측근의 부정 선거 의혹 등 악재가 이어진 가운데 정치적 관심을 돌리는 재료로 이지스 어쇼어 취소를 승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노 방위상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이끄는 파벌에 속한다.
아소 부총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무릅쓰고 호텔에서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강행하는 등 부쩍 파벌의 결속을 강조하는 양상이다.
아베 총리와 '맹우 관계'로 알려질 정도로 가까운 아소가 차기 총리 경쟁이 본격화할 때 아베 총리와 뜻을 같이해 기시다에게 힘을 실을 것인지 아니면 아베와 선을 긋고 고노를 밀어줄 것인지도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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