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미술 산책' 붐 이끄는 한남동

입력 2020-09-02 07:30  

[여기 어때] '미술 산책' 붐 이끄는 한남동
나인원 한남 안팎에 다채로운 미술·디자인 공간 ·

(서울=연합뉴스) 최근 한남동을 간 적이 있는지?
특색 있는 레스토랑이 많아 인기 있는 한남동에 최근 새로운 미술 산책 바람이 불고 있다. 배우 전지현, 배용준, 지드래곤이 입주한 나인원 한남 오픈을 계기로 한남동 붐이 형성된 것이다.
반나절 동안 한남동을 한 바퀴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최신 문화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 나인원 한남에서 '플렉스'하다
먼저 올봄에 새로 생긴 나인원 한남부터 방문해야 한다.
나인원 한남의 복합문화공간 '고메이 494'에는 카페, 레스토랑도 많지만, 미술·디자인 공간이 4곳이나 된다. '가나아트 나인원' 갤러리, 서울옥션 블루 편집숍 '레어바이블루', '프린트 베이커리', 디자인숍 '쳅터원'이 입점했다.
이곳에서는 국내외 유명 미술가, 디자이너의 작품을 한 건물에서 볼 수 있다.
가나아트 나인원은 평창동 가나아트와는 달리 한남동의 지역 특성을 고려해 대중적 현대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중년 세대에 인기가 높은 허명욱, 하태임 작가의 개인전에 이어 일본 미술가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도 성공리에 마쳤다.



시오타 치하루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출전했을 만큼 대작 위주의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 애호가를 위한 작은 작품을 위주로 선보였다.
시오타 치하루의 남편은 한국인 사진가이며, 시오타 치하루가 암과 투병할 때에도 아낌없는 내조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실과 하얀 실을 거미줄처럼 설치한 작품을 통해 그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붉은 실은 어머니의 자궁 같기도 하고, 불타는 집 같기도 하다. 종이 드로잉 작업에도 붉은 실로 수를 놓아, 예술적 특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서울옥션 블루 편집숍 '레어바이블루'는 한마디로 '영 앤 리치'(Young & Rich)가 좋아할 만한 수집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다.
서울옥션 전시장이라고 하면 고가의 진중한 미술 작품만 판매할 것 같은데, 이곳은 미술품 이상의 아트 토이, 리미티드 에디션 운동화 등을 선보인다.



수집가들이 줄을 서서 산다는 슈프림 브랜드의 협업 제품도 가득하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아트 토이, 희귀 아이템, 패션과 디자인에도 깊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명소다.
'프린트 베이커리'와 디자인숍 '쳅터원'도 놓치면 안된다.
'프린트 베이커리' 역시 서울옥션에서 운영하는 전시장이다. 마치 빵집에 들리는 것처럼 편안하게 방문하라는 의미의 작명이라고 한다.
미술품도 있지만, 주로 유명작가의 작품을 디지털 판화로 판매한다. 가격 부담 없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디지털 판화를 사들이는 마니아들이 많으며,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허명욱 작가의 옻칠 테이블, 그릇과 같은 리빙용품도 다채롭게 구비하고 있다.
나인원 한남의 프린트 베이커리는 카페(KOKEBEE cafe)와 함께 하고 있어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쳅터원'은 공예 가구 디자인 숍인데, 개관하자마자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 디뮤지엄의 감각과 기억
나인원 한남 길 건너에도 디뮤지엄, 갤러리 바톤, 조은갤러리, VSF갤러리, 프린트 베이커리 한남 등 미술 명소가 많다.
디뮤지엄은 대림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2015년 개관한 미술관이다.
오는 12월 27일까지 선보이는 'SOUNDMUSEUM: 너의 감각과 기억'은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미술품 전시다. 세계 유명 작가 13팀의 22개 설치 작품을 경험할 수 있어 미술 애호가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작품은 '나의 리듬이 빛나는 음악이 되어'(Compose Score)다.
프랑스의 콜렉티브 '랩212'의 작품으로 천장과 바닥을 가로지르는 파란 빛의 줄을 관람객이 터치하면, 자동 연주 장치가 설치된 피아노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마지막 공간의 '빛 방울을 띄워보며'(Hear Me Lights)는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오스트리아의 바스쿠 & 클루그 스튜디오가 거대한 샹들리에에 숨결을 불어 넣으면 불이 켜지며 신비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작품을 만들었다.
원래 관람객이 직접 숨을 불어 넣는 방식으로 공개하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슨트가 샹들리에의 불을 밝힌다.



◇ 국제적 위상의 갤러리, 갤러리 바톤과 VSF
디뮤지엄 가는 길에 위치한 갤러리 바톤과 VSF갤러리는 국제적 아트페어에 매년 참석하는 갤러리답게 화려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 바톤은 2018년 압구정동에서 이곳으로 이전해 한남동 아트 빌리지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이번 여름 전시는 윤석원 개인전 '차경'(Enfolding Landscape)이었다. 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윤석원은 신작을 통해 사적인 기억과 감정의 주관적 요소를 더하고, 정물화의 영역 밖으로 작업의 활로를 확장한다.
윤석원 작가에게 회화란 자신의 고유한 사유와 관찰을 기록하는 매체다.
8월 27일부터 9월 29일까지 열리는 다음 전시는 지니 서(Jinnie Seo)의 개인전이다.
미국 현대 미술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로 양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VSF는 로스앤젤레스에 근거지를 둔 국제적 갤러리다. 한국계 미국인 갤러리스트 에스더 김 바렛(Esther Kim Varet)이 2012년 로스앤젤레스에 설립했으며, 2019년 한남동에도 문을 열었다.
VSF는 로스앤젤레스의 대표 미술가 에드 루샤의 사진집 '다양한 작은 불꽃들과 우유'(Various Small Fires and Milk)에서 따온 이름이다. 불을 주제로 한 이 사진집처럼 세상을 밝히는 불이 되고 싶다는 에스더 대표의 각오를 담았다.
한남동 갤러리는 작지만, 꽉 찬 전시로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의 가교 구실을 하고 있어 반갑다.
VSF는 최근 여섯 명 미국 작가들의 첫 한국 데뷔 전시 '절친'(Next of Kin)을 선보였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더욱 소중함을 느끼게 된 가족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코로나19로 봉쇄된 미국에서 지나 비버스, 디드릭 브라켄스, 제시 호머 프렌치, 체이스 홀, 신디 지혜 김, 그리고 칼리다 라울스는 가족과 친구, 자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디드릭 브라켄스의 '뉴클레어 러버스'(nuclear lovers)는 작가가 자신의 이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추상화한 섬유에 두 인물이 정답게 손을 뻗고 있다.
아마 그중 하나는 작가인 것으로 짐작한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제시 호머 프렌치는 연어의 생애 주기를 중심으로 물고기의 가계도를 묘사한다. 작품 제목부터가 라틴어 '세대'(Genesis)이며, 모성을 우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청량한 작품이다.
조은갤러리는 2016년 유엔빌리지 초입에 문을 열었다.
미술 애호가를 위한 중견 작가들의 전시를 주로 선보이는 곳이며, 7월에는 '특별 소장전'(SPECIAL COLLECTION) 전시를 진행했다. 미술 애호가들이 편애하는 우리나라 스타 작가 오세열, 김창열, 전광영, 이왈종, 이건용의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승연례 개인전 '블루 가든'(A BLUE GARDEN)도 열렸다.



◇ 사운즈 한남의 낭만과 여유
순천향병원 인근에는 사운즈한남이 있다. 2018년 문을 연 사운즈 한남은 가나아트 한남, 테마 서점 스틸북스, 필립스 경매 등이 입점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대로변 고급 주택 단지 입구에 위치한 나인원 한남과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다. 레스토랑과 카페 등도 갖추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가나아트 한남은 시원한 통유리 인테리어로 부담 없이 들어와 전시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최근에는 '리플렉션: 오픈 엔디드'(Reflections: Open Ended)전을 개최했다.
브라이언 캘빈, 에디 강, 켈티 페리스, 힐러리 페시스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13명의 작가를 초청했다. 큐레이터 맷 블랙과 가나아트의 두 번째 협업이다.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좋은 입지, 고급 주택가가 자리 잡은 배산임수의 지리는 앞으로 한남동 아트 밸리를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번 주말에는 한남동에서 커피 한잔하는 것은 어떨까? 도심 속 여유를 한껏 만끽해보자. (이소영 프리랜서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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