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20년 평가엇갈려…약품오남용 감소 vs 의료비 지출증가

입력 2020-07-22 09:45  

의약분업 20년 평가엇갈려…약품오남용 감소 vs 의료비 지출증가
병원·약국 만족도는 높아져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의약분업 제도를 놓고 의료계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의약품 오남용을 줄여 국민 건강과 편의를 개선했다고 긍정적으로 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항생제 내성률이 여전히 높은 데다 국민 의료비 부담이 상승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정부는 의사와 약사의 역할이 뒤섞였던 의료관행을 '진료와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나누는 의약분업을 2000년 7월부터 시행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약분업 시행 후 지난 20년간 항생제와 처방 약품 건수는 줄었다.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2000∼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0년 54.7%에 달했던 항생제 처방률이 2018년 20.16%로 감소했다.
처방 건당 약 품목 수도 1999년 평균 4개에서 2016년 3.6개로 줄었다.
이상이 교수는 의약분업 후 의사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약품을 과잉처방하는 경우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건강보험 총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도 줄어들었다. 1999년 총진료비의 32.5%를 차지했던 약품비 비중은 2018년에는 24.6%로 내려갔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만족도와 의사 및 약사 등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도 의약분업 찬성론 측이 손꼽는 성과 중 하나다.
이현옥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이 3∼4월 국민 1천4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년간 국민의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진료행위·진료 대기시간·서비스 환경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약국의 경우 '약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제공'에 대한 만족도가 5점 척도 중 2008년 3.5점에서 2020년 3.91점으로 올라갔다.
의사의 진료 행위에 대한 평가 점수도 같은 기간 3.8점에서 3.93점으로 상승했다.



그렇지만 의약분업이 애초 내세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의약품 처방과 남용 근절로 실질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항생제 내성률 감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종합병원의 항생제 내성률 조사 결과 ▲ 메티실린 내성률(MRSA,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 72% ▲ 반코마이신 내성률(VRE, 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 31% ▲ 이미페넴 내성률(IRPA, 이미페넴 내성 녹농균) 29% 등으로 나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최근까지도 항생제 내성률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의약분업이 의약품 오남용을 해결하는 직접적인 대안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기관에 투입된 건강보험 급여비와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낮아지지 않은 점도 비판론자들이 공격하는 지점이다.
이전에는 한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투약을 모두 받고 진료비를 지불했으나, 의약분업 이후에는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약국에 조제료와 약품비를 지불해 국민 부담은 증가세를 보였다.

박종혁 의협 총무이사는 "수십조 원이 들어간 의약분업 제도는 의약품 오남용 건수를 줄인 것밖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해 제도를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