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증액이 핵심…트럼프 "돈 내면 재고"·에스퍼 "부자 독일 더 내야"
실제 감축엔 수년…방위비 압박용 주한미군 감축 카드 가능성 배제 못 해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이 결국 주독미군 감축을 공식발표하면서 주한미군도 같은 수순을 밟게 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의 방위비 지출을 콕 집어 문제 삼고 있어서 수년이 걸리는 실제 감축과 별개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증액을 압박하며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중 약 6천400명을 본국에 귀환시키고 약 5천600명을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동시켜 독일에 2만4천명을 남기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지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지난달 초 나온 뒤 두 달도 안돼 실제 발표가 나온 것이다.
눈에 띄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이날 "(독일이) 돈을 안 내기 때문에 병력을 줄이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면서 "돈을 내기 시작하면 (감축을) 재고할 수 있다.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는 호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 대비 2%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독일은 지난해 기준 1.36%에 머물렀다.
에스퍼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분명히 하자.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라고 본다. 독일은 국방에 더 쓸 수 있고 더 써야 한다. 2%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주독미군 감축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속도를 내게 됐다는 설명도 했다.
대선이 석달여 남은 시점에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을 타깃으로 삼아 주독미군을 압박 카드로 택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주독미군 감축이 이행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미 당국자들의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에 대해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13억 달러(한화 1조5천억원)로 분담금을 증액하라는 미국과 전년 대비 50%의 급격한 인상이라 13% 인상까지 가능하다는 한국의 입장차 속에 계속 표류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재선가도의 성과로 삼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동원할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감축 필요성이나 이행의지와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 11월 대선용 성과 확보를 시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초점을 맞춰 전 세계 미군 병력 최적화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미 국방부의 공식 설명이기는 하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한창인 와중에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그러나 11월 대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예측불허성 행보로 동맹인 독일에 이어 역시 동맹인 한국을 타깃 삼을 수 있다는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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