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 모기로 질병 박멸"…미 플로리다 최소 7억마리 푼다

입력 2020-08-20 17:05  

"유전자조작 모기로 질병 박멸"…미 플로리다 최소 7억마리 푼다
지역환경단체 "미국 내 첫 시도…지역생태계 교란해 멸종위기종 위협"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州) 지방정부가 내년부터 유전자가 변형된 모기를 7억5천만 마리 이상 푼다.
일명 '유전자조작(GM) 모기'가 살충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유전자조작 모기를 방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역 환경단체들은 지적하면서, 지역생태계를 교란해 멸종 위기의 새와 곤충, 포유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남부 관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 키스 제도 당국과 환경보호청(EPA)은 2021∼2022년에 걸쳐 키스 제도에 유전자조작 황열모기(이집트 숲모기)를 7억5천 마리 이상 푸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CNN방송 등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OX5034'라는 이름의 수컷 유전자 조작 황열모기가 방사될 예정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회사인 옥시텍이 개발했다.
유전자가 조작된 수컷 모기가 암컷 모기와 교미해 낳은 새끼가 암컷이면, 유충 단계에서 죽게 된다.
새끼가 수컷이면 같은 유전자를 계속 퍼뜨리게 된다.
전체 모기 중에 1%를 차지하면서도 지카나 치쿤구니아 바이러스, 황열병이나 뎅기열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암컷 황열모기의 번식을 막겠다는 것이다.
통상 황열모기 중에서는 암컷만 알을 성숙시키기 위해 피를 빨아먹기 때문에 질병을 옮긴다. 수컷은 먹이로 꿀을 먹기 때문에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EPA는 계획 승인에 앞서 모기를 풀기 72시간 전에 당국에 보고하고, 이후 성충으로 자라 질병을 옮기는 암컷 황열 모기 사례가 있는지 최소 10주간 확인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플로리다주는 오랫동안 황열모기로 인한 질병 확산에 시달려왔다. 2009년과 2010년에는 황열모기를 통해 뎅기열이 확산해 지역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었다. 당시 공중에서는 물론, 육상에서 트럭 등을 활용해 살충제를 뿌리고, 황열모기를 먹는 물고기까지 활용했으나 전반적으로 살충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플로리다주 모기 중 황열모기는 1%에 불과하지만, 플로리다 당국은 매년 전체 모기방역 예산의 10%인 100만달러(약 12억원)를 황열모기를 잡는 데 쓰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이후 옥시텍에 의뢰해 2012년부터 유전자조작 모기를 푸는 방안을 도입하려 시도했으나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서 무산된 바 있다. 옥시텍은 케이맨 제도와 파나마, 브라질 등에서 필드테스트를 한 결과, 브라질 도시지역의 황열모기가 95%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내 유전자 조작 모기를 푸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하면서, 어떤 위험이 있을지 제대로 분석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지역생태계를 교란해 황열모기를 먹이로 삼는 멸종위기의 새와 곤충, 포유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나 펄스 지구의 친구들 활동가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풀리면 플로리다 주민과 환경, 멸종위기종이 모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와중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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