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격리시설이 더 무서워' 감염 숨기는 베네수엘라인들

입력 2020-08-28 08:02  

'코로나보다 격리시설이 더 무서워' 감염 숨기는 베네수엘라인들
강제격리소 위생·시설 열악해 검사 기피…통계 밖 감염자 많을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 사는 벨라시오 비쿠나(63)는 열이 나고 심한 기침을 계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열악한 강제 격리시설로 끌려갈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비쿠나처럼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격리시설로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꺼린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병원이나 체육관, 호텔 등을 격리시설로 만들어 확진자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격리소들은 위생 상태 등도 매우 열악하고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악명이 높다고 AP는 전했다.
한 20세 남성은 이웃이 감염된 후 강제로 받은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당국은 양성이 나온 이들을 모두 한 호텔로 데려갔다. 증상이 없었던 이 남성은 바닥에 쓰레기가 있고 전구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더러운 방에서 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여러 날을 갇혀 있어야 했다.
이러한 사정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고 숨긴다.
병원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자 의사에게 검사를 요청했다. 의사는 그러나 양성이 나오면 시설에 격리돼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집에 머물다가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 연락하라고 조언했다.

일주일 넘게 자가격리하는 동안 두통과 기침, 발열 증상을 겪었고, 딸도 가벼운 증상을 보였으나, 그는 그래도 격리시설에 가지 않은 것이 너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14일간 격리 시설에서 춥고 배고픈 상태로 갇혀 있던 친구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사도,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은 채 사망한 이들도 많다.
비쿠나의 경우 지난달 증상이 심해져 호흡 곤란까지 오자 하는 수 없이 의료기관을 찾았다.
그가 사는 곳엔 치료할 만한 여건이 안 돼 앰뷸런스를 타고 1시간 떨어진 대학 병원으로 갔고, 그곳에서 수십 명이 철제의자와 바닥에 누워있는 로비에서 여러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침상을 얻어 다른 환자와 산소통을 공유하며 누웠지만, 같은 병실에서 두 명이 사망했고, 여러 시간 동안 시신이 그대로 방치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병원 입구를 지키는 군인들을 피해 병원 밖으로 달아났다.
집에서 산소탱크에 의지해 치료하던 그는 결국 나흘 만에 숨졌다.
의사 출신의 야당 의원 호세 마누엘 올리바레스는 AP에 정부가 충분한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 방식을 본뜬 억압적인 대책을 펴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만1천965명, 사망자는 351명이다. 오랜 경제난 속에 부실해진 의료 체계와 정부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사람들의 검사 기피 현상까지 고려할 때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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