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내년에 또 슈퍼예산…불가피하나 재정건전성도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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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1 11:06  

[연합시론] 내년에 또 슈퍼예산…불가피하나 재정건전성도 살펴야

[연합시론] 내년에 또 슈퍼예산…불가피하나 재정건전성도 살펴야

(서울=연합뉴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55조8천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 본예산(512조3천억원)보다 8.5% 증가한다. 예산 증가율은 2019년(9.5%)과 올해(9.1%)보다 약간 낮아졌으나 세수가 거의 늘지 않는 현실에서 이를 지탱하기 위해 90조원의 적자국채를 찍어야 한다. 올해 60조원(본예산 기준)보다 30조원이 많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 건전성이 약화한 측면이 있으나 재정에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전대미문의 보건·경제 복합위기에 대응해 민생을 구제하고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얘기다. 재난의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과 실직자, 매출 절벽으로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외면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바닥으로 위축된 수출과 내수 등 민간의 경제활동이 정상을 회복할 때까지 당분간은 재정이 국가 경제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되어선 안 된다. 씀씀이를 철저하게 따져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내년에도 전체 예산사업 수는 8천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높은 현미경 예산심사를 통해 정부가 짠 예산안을 조목조목 들여다보고 필요할 경우 과감하게 손질해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민생이나 성장동력 확충, 경기 부양 관련 예산 증액이 두드러진다. 취약계층에 사회 안전망을 펴고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99조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0.7% 증가했고, 이 가운데 일자리 예산은 30조6천억원으로 20%가 늘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관련 예산은 22.9%(5조4천억원), 연구개발(R&D) 예산은 12.3%(3조원), SOC 예산은 11.9%(2조8천억원) 각각 증가했다. 한국판 뉴딜에 21조3천억원을 투입하면서 관련 예산이 이들 분야에 배분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일자리 103개 등 일자리 200만개를 유지 또는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고용 빙하기에 노인 일자리와 같은 임시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공 투자펀드나 국책 금융기관의 대출·보증 여력 강화 등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각 부처의 정책자금도 33조9천억원으로 작년보다 7조5천억원이 늘었다. 뉴딜펀드와 모태펀드 조성을 위해 정부는 2조3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민간의 기존 벤처·창업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으면서 첨단산업 육성에 마중물이 되도록 운용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초고속으로 악화하는 재정 건전성을 이젠 직시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기준 국가채무는 945조원으로 올해 연말 전망치(839조4천억원)보다 105조6천억원이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3.2%포인트 높아진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수입 증가율은 3.5%, 총지출 증가율은 5.7%로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2022년 국가채무는 1천조원이 넘고 국가채무비율은 50.9%로 50% 선을 돌파한다. 작년 말 37.1%에서 3년 만에 13.8%포인트가 뛰는 것이다. 2024년엔 국가채무비율이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가파른 상승이다. 우리나라는 개방 경제인 데다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재정 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는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저성장 기조 속에서 세수가 같은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 내년의 경우 지출은 약 43조원 늘어나는데 세수는 겨우 3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팽창 재정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세워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언제까지 빚으로 구멍 난 재정을 때울 수는 없는 만큼 보편적 증세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 지탱은 환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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