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노비촉' 중독에 서방-러시아 갈등 한층 고조

입력 2020-09-03 11:40   수정 2020-09-03 15:29

나발니 '노비촉' 중독에 서방-러시아 갈등 한층 고조
독일 발표에 미·영·프 등 앞다퉈 규탄 성명…러시아 반발
이미 분열된 유엔 안보리 회원국 간 갈등 깊어질수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독일에서 치료 중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사용됐다는 독일 정보의 공식 발표 후 서방 국가들이 앞다퉈 우려를 표명하면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 한층 고조될 조짐이다.
서방국가와 러시아는 이미 나발니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원인을 두고 외교적 갈등을 빚는 모양새였다. 이런 가운데 독일 정부가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당분간 양측 간의 공방이 격화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이날 독일 연방군 연구소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독살 시도가 있었음을 기정사실화하자 서방 국가들이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독일은 우선 조사 결과를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화학무기 사용을 감시하는 국제기구인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이미 이 발표를 통해 러시아 정부의 책임론을 공식 제기한 셈이라는 것이 안팎의 해석이다.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위르겐 하르트 외교정책 대변인이 "이 독성물질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고도의 특화된 연구실에서만 나온다"는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 정부의 도움 없이는 이 독소를 제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 것도 이런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은 즉각 성명을 내고 "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러시아는 과거 화학 신경안정제인 노비촉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초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미수 사건 때도 이 노비촉이 사용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존 울리엇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증거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러시아에 있는 이들이 책임을 지도록 동맹,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악의적 활동에 대한 자금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 정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며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도 "또다시 야권 인사를 겨냥한 폭력"이 일어난 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라브 장관은 "이 금지된 화학무기가 다시 사용된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세계 어디서든 금지된 화학 무기를 사용하면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독일과 우리 동맹국, 국제적인 파트너들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나발니의 정치적 지위를 고려할 때 이번 공격은 심각한 의문들이 들게 하며 러시아 당국은 이런 의문에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 수장들도 가세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위원장은 트위터에 "야비하고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충격적"이라며 러시아 정부에 합당한 수사를 요구했다.
2015년 러시아에서 야권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가 피살됐을 때 EU에서 대러 강경 발언을 주도한 라트비아의 유럽의회 의원인 산드라 칼니에테는 모든 선동자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들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EU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시대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은 매우 제한된 일부만 접근할 수 있는 물질인 데다 러시아가 과거 노비촉 공격을 사용한 적이 있고, 동기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러시아를 이미 유죄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서방국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적인 조사 요구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 구도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독일 발표 후 "환자가 베를린으로 이송되기 전 모든 국제기준에 따라 전면적인 건강 검진을 했으며, 당시 독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TV 방송에 출연해 서방이 사전에 준비된 발표를 활용,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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