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역사'로 본 아시아나항공 보증금 반환 소송 전망은

입력 2020-09-13 07:01  

'노딜 역사'로 본 아시아나항공 보증금 반환 소송 전망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하다 무산된 한화는 40% 돌려받아
쌍용건설 인수하려다 노딜로 끝난 동국제강은 보증금 반환 패소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주항공[089590]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에 이어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마저 무산되면서 작년 말부터 기대를 모았던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 2건이 모두 결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항공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자 인수를 강행하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여파로 2천500억원대의 계약금 반환 소송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거 '노딜' 사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 무산 건이다.

2000년 출자 전환을 거쳐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은 경영이 정상화된 대우조선의 주가가 6만5천원까지 오르자 2008년 공개경쟁입찰로 매각을 시도했다.
포스코[005490]와 GS[078930], 현대중공업, 한화가 참여한 예비입찰, 현대중공업과 한화 간에 이뤄진 본입찰을 거쳐 6조3천억원을 제시한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는 이행보증금 3천150억원을 우선 지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본계약 체결 연기, 분할납부 등을 요구했고, 결국 기한 내에 매각대금을 내지 못해 2009년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산업은행은 기한 내에 최종계약을 하지 못하면 이행보증금을 갖는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따라 한화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대우건설도 매각에 실패한 사례다.
2018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불과 9일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에는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이 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였다.
호반건설이 포기한 이유는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의 돌발 부실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대우건설은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모로코 현장에서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겨 재제작에 들어가 3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매각을 진행한 산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11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는 아시아나항공 재매각과 더불어 대우건설[047040] 매각도 숙제 중 하나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로 여겼던 금호타이어[073240]도 한때 산은의 골칫거리였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업체로의 매각이 무산되고 박삼구 전 회장의 자구계획도 거부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2009년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한 지 10년 만인 2018년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 '더블 스타'에 매각됐다.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도 '노딜'로 마무리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8년 8월 동국제강을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동국제강은 231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다.
이후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쌍용건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동국제강은 인수가격 조정과 인수시기 1년 유예를 요청했다. 하지만 캠코는 이를 거부하고 동국제강에 주식매매 양해각서(MOU) 해지를 통보했다.

최근에는 제주항공이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스타항공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코로나 직격탄으로 유동성 위기가 커진 가운데 양측은 셧다운과 임금 체불 등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다가 결국 제주항공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에 따라 현산이 낸 이행보증금 2천500억원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과거 '노딜' 사례를 돌이켜보면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결과는 엇갈린다.
한화의 경우 1심과 2심에서 졌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힌 사례다.
한화는 당시 계약 무산의 주요인이 확인 실사를 하지 못한 데다 최종계약 체결 전 검토가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도 받지 못했던 점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대법원은 한화의 주장을 수용해 원심을 깨고 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2018년 파기환송심에서 산은 등이 한화에 1천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산 측은 이 같은 한화 사례를 참고해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계약금을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국제강은 2009년 12월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1년 패소하고 231억원 전액을 지급해야 했다. 법원은 4개월간 충분한 자료 검토 시간이 있었고 입찰 대금인 4천600억원에 비해 이행보증금 규모가 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에는 애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그룹이 인수 양해각서가 해지된 뒤 소송을 내 이행보증금의 75%를 돌려받았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통해 이행보증금 2천755억원을 채권단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에 내고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인수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고, 현대그룹이 은행 명의의 대출확인서를 제출했음에도 끝내 양해각서를 해지했다. 현대건설은 이듬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했다.
현대그룹은 "이행보증금을 냈는데도 채권단이 실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현대차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배임적 이중매매 행위"라며 이행보증금과 손해배상금을 합해 3천255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결국 2천억원 이상을 돌려받았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은 계약금 115억원과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5억원 반환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계약 해지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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