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집단소송제 전 분야 확대,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도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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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4 14:00  

[연합시론] 집단소송제 전 분야 확대,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도 살펴야

[연합시론] 집단소송제 전 분야 확대,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도 살펴야

(서울=연합뉴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넓히는 집단소송제법 제정안과 소송을 당한 기업 등에 실제 입증된 피해액보다 훨씬 많은 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28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제기한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피해를 본 모든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지만, 지금은 증권 관련 소송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조물책임법과 공정거래법 등 여러 법에 산발적으로 도입돼 있으나 이를 상위법인 상법에 넣으면 적용 대상이 전 분야로 확대되는 것이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소비자 피해구제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경제계의 반발이 크다. 특히 고의적이고 반사회적 행위에 적용하도록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부작용에 대해서도 잘 살펴야 한다.

법무부가 공개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가 50명 이상이면 분야에 상관없이 누구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다른 피해자의 위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단 한 명이라도 소송에서 이기면 판결의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된다. 일반 소비자들은 관련 정보를 얻어내기도 어렵고 전문가 집단인 기업의 법무팀 등을 상대로 피해 책임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을 길이 막막해진다. 그런 맥락에서 집단소송의 전면 확대는 피해자 구제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소송 허가를 받기 위한 재판, 본안 소송으로 나뉘어 불복 절차까지 합치면 최대 6심까지 가야 했던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소송 절차도 줄인다. 소송허가를 받기 위한 재판에서는 불복 절차를 없애고 1심 사건에는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를 도입해 소비자의 피해 증명 책임을 덜어준 것도 주목할만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상법에 넣어 일반화한다. 그러면서 가해자 측에는 입증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른 법률의 손해배상 책임 조항 보다 우선되지만, 상법이 개정되더라도 그전에 발생한 불법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11년부터 6천800여명이 피해 신고가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나 폴크스바겐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라임자산운용 등의 사모펀드 부실판매, 1억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 3사 개인신용정보 유출사태처럼 기업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고의로 불법을 저질러 중과실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전 분야 확대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구제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압축성장 시대에는 성장을 이끄는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기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지만, 소비가 경제의 큰 축으로 자리 잡은 지금은 소비자 피해구제 강화가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거액의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기획소송이 남발하면 기업들이 소송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제계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특정 기업이 경쟁기업 평판이나 신인도를 떨어뜨리려고 제삼자를 내세워 소송을 주도할 수도 있다. 평판 하락을 우려하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중간에 합의금을 종용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집단소송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것은 객관적 증거와 피해 입증을 다루는 재판에 여론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을 주관적인 개념인 반사회적 불법행위로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입증된 손해액보다 훨씬 큰 배상책임을 물으려면 주관적이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더욱이 악의적인 가짜뉴스에도 적용하려면 정치적 논란이나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를 객관적으로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큰 선거를 앞둔 마당에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될 일이다. 소비자 피해구제 강화라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둘 사이에 황금률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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