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수교 30주년]"'제로' 관계서 진정한 우호관계로 발전"

입력 2020-09-29 06:00  

[한-러 수교 30주년]"'제로' 관계서 진정한 우호관계로 발전"
양국 정상회담만 32차례…상호 교역·관광객 25배 이상 증가
러 외무 "협력 확대위해 남북러 3각협력 사업 등 가동 필요"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동북아 지역 냉전의 벽을 허문 한국-러시아 간 외교 관계가 수립된 지 30일로 30주년이 된다.
한국과 러시아의 전신인 옛 소련은 1990년 9월 30일 최호중 한국 외무장관과 에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한·소 수교 공동성명서'에 서명함으로써 역사적 수교를 했다.
사회주의 소련 붕괴(1991년 12월)를 1년여 앞두고 이루어진 한·소 수교는 탈이념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수십 년에 걸친 냉전 시기 서로 적대하던 양국은 수교를 통해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어 실용적 협력을 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수교 30년 동안 양국 관계는 정치·외교,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크게 발전했다.
정치·외교 분야에선 고위급 교류인 정상회담만 32차례 열렸다.
그 사이 양국 협력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strategic cooperative partnership)로까지 격상됐다.
'동맹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양자 차원의 협력뿐 아니라 지역 및 국제적 사안에서도 폭넓고 깊이 있게 협력하는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다.
두 나라의 교역액과 관광객은 30년 동안 25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8억8천만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은 2018년에 248억 달러, 작년에는 223억 달러를 기록했다.
1990년 3만명 수준이었던 상호 방문객도 2014년 상호 비자 면제협정을 계기로 급격히 늘어나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77만명을 기록했다.
현지 공장 건설 등 한국의 대규모 대러 직접투자도 한동안 봇물 터진 듯 이루어졌다.
LG 전자가 2006년 모스크바 인근 모스크바주에 가전공장을 세웠고, 같은 해에 오리온은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주에 초코파이 공장을 건설했다.
뒤이어 2008년에는 삼성전자가 모스크바에서 가까운 칼루가주에 가전공장을 준공했으며, 2010년에는 현대차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동차생산공장을, 롯데는 모스크바 중심가에 최고급 호텔을 세웠다.
한국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철도·전기·조선·가스·항만·북극항로·농림·수산·산업단지 등 러시아와의 9개 분야 우선순위 협력사업 구상인 '9개 다리'(Nine Bridge)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양국은 현재 교역·투자 확대를 위해 서비스·투자 부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벌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수교 3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30년 동안 양국은 거의 '제로'에서 시작해서 정치, 통상·경제, 과학·기술, 인적교류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생산적인 협력 경험을 축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두 나라는 상호 유익한 실질적 협력뿐 아니라 양국 일반 국민들의 상호 호감에 바탕을 둔 진실로 선린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로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장관은 "양국 간에는 고위급 대화를 포함해 정기적인 정치적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보건·전염병 상황이 정상화하는 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관련한 문제 논의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라브로프는 또 "한국은 러시아의 핵심 통상·경제 파트너 가운데 하나"라면서 "문화·인적교류 분야 관계도 심도 있게 발전하고 있고, 관광 교류도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국의 경제 협력 잠재력이 여전히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양국 교역은 지난 2014년 258억 달러를 정점으로 찍은 후 더는 늘지 않고 있고, 한국의 대러 대규모 직접투자는 2010년 이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호 교역과 투자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대러 제재와 국제 저유가로 러시아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더욱 축소돼 충분히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는 양국의 실질적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를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가동하지 못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해결책으로 투자 특혜조치가 시행되는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의 한국 투자 확대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가동 등을 주문했다.
그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이 한-러 경제협력 확대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 해제를 기다리지 말고 이 분야에서의 실질적 조치들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첫 번째 사업으로 북한 나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의 한국 운송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서둘러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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