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1900년 출간된 러시아인의 한국어 학습교재

입력 2020-10-08 07:07  

[에따블라디] 1900년 출간된 러시아인의 한국어 학습교재
조선에 파견된 러 군인이 자국민 가르치기 위해 펴낸 문법책
한국어 기본 구성 원리 설명…실용 문장 연습문제로 구성하기도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오늘 대감을 좀 뵈옵자 하고 왔소', '관원이 잘 다스리면 백성이 행복하고, 관원이 잘 못 다스리면 백성이 고생한다', '시방은 급한 일이 아니오'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기자가 러시아 현지인을 통해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극동 지부 중앙과학도서관에서 최근 확보한 '한국어 학습용 문법 규칙 및 연습문제 초급 교재'에 나온 문구다.
이 교재는 1900년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 소재 아무르 군(軍)구 본부에 있는 출판소에서 발간됐다.
모두 128쪽인 이 교재 모두 1·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현대 어학 교재와 비슷하게 한국어의 기본 구성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자음과 모음, 발음, 한국어 품사와 연결 어미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부가 한국 문법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담고 있다면 2부는 이를 확인하는 연습문제가 실렸다.
연습문제는 한국어 문장과 이를 어떻게 러시아어로 발음하는지, 단어나 문장의 뜻은 무엇인지를 담았다.
조선에서 실제 활용됐던 문장을 연습문제로 구성해 더욱 눈길을 끈다.



이 교재는 대한제국에 교관으로 파견된 러시아의 군인 니키타 드미트리예비치 쿠즈민이 만들었다.
조선이 일제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리던 1896년 고종은 러시아에 군사 협력 등을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인 러시아 정부는 그해 군사 교관들을 조선에 파견한다.
당시 쿠즈민은 교관단의 일부였으며 1898년까지 조선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즈민은 교재의 서문에 "조선에서 교관으로 2년 이상 머물면서 현지인의 언어를 몰라서 매우 당황스러웠다"면서 한국어 교재를 직접 집필하게 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1884년 조선에 도착, 인천에서 영국의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제임스 스콧의 문법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제임스 스콧이 1887년에 펴낸 언문말책(A COREAN MANUAL or PHRASE BOOK)이다.




한편, 1899년 러시아로 돌아온 쿠즈민은 군인 신분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세워진 동양학 대학에 입학했다.
동양학대에서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즈민은 1927년 일본을 위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수용소에 수감됐으며 이후 행적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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