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취임 한달…일본내 디지털화 역점·한일관계 '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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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5 14:35  

스가 취임 한달…일본내 디지털화 역점·한일관계 '강경'

스가 취임 한달…일본내 디지털화 역점·한일관계 '강경'
코로나 대응·경기부양…민생 앞세우고 '도장 폐지' 혁신
비판적 교수 학술회의서 배제…'징용·소녀상' 대립각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16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국내 정책에서는 민생과 디지털 혁신을 앞세우고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고 있다.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을 둘러싼 갈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사권을 휘두르며 강경하게 밀어붙여 반발을 사는 정책도 있다.
역사 관련 현안에서는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인식을 큰 틀에서 유지하는 양상이며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풀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 코로나 대응·경기 부양에 역점…골드만 삭스 출신 기용
스가 총리가 지난달 1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주요 국내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기 회복, 칸막이 행정 타파, 디지털청 신설, 불임 치료 보험 적용 등이었다.
취임 한 달이 되면서 그가 경제에 역점을 둔 것이 선명해졌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내 여행 장려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에 외식 산업 활성화 사업인 '고투 이트'(Go To Eat)를 개시했다.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관련 기관이 즉시 보완책을 내놓는 등 신속하게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스가 총리가 만난 사람들의 면면에 그의 관심사가 투영됐다.
1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의 분석에 의하면 스가 총리는 취임 후 51차례에 걸쳐 민간인 70명과 회동했는데 이 가운데 금융지주사인 SBI홀딩스의 기타오 요시타가(北尾吉孝) 사장 등 기업 경영자가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의사회장 등 각종 단체 수장이 19명, 학자가 9명이었다.
스가는 곧 신설할 '성장전략회의' 의원에 골드만 삭스 증권 출신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나 중소기업 정책에 관해 조언해 온 데이비드 앳킨슨 고니시(小西)미술공예사 사장을 기용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베 정권의 장수 기반이었음을 잘 지켜본 스가는 경기 부양에 역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 도장 폐지·디지털 기반 사회로 개조…개인정보 우려도
스가 정권은 일본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화를 진전시키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청 설립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이 행정기관의 도장 폐지를 추진하는 등 업무의 온라인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2022년 3월까지 은행, 보험사, 증권사의 각종 신청 절차 등 대부분의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작년 3월 말 기준 관련 업무 1천767종 가운데 약 8.8%인 155종만 온라인 대응이 가능하고 나머지 1천612건은 서류를 기반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런 관행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집권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기업이나 행정기관 사이에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활용한 연결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투자하는 경우 법인세 우대 조치를 도입할 뜻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휴대전화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스가 정권의 요구에 대해 소프트뱅크 등 주요 이동통신사가 저가 요금제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 통신비 부담 감축과 더불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데이터통신 활성화를 염두에 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스가 정권 발족 후 종이 기반 사회인 일본을 디지털 사회로 바꾸려는 시도가 각 분야에서 활발한 셈이다.
다만 디지털화로 인해 개인 정보의 관리나 사생활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스가 총리의 의도대로 신속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현 단계에서는 불투명하다.

◇ '정권에 반항하면 배제한다' 밀어붙이기 논란
아베 정권의 독주는 '아베 1강(强)'이라는 말을 낳았는데 스가 정권도 벌써 밀어붙이기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학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일본학술회의 회원 인사에서 전례를 깨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학술회의가 추천한 후보 105명 가운데 정부 정책에 반대했던 학자 6명의 임명을 거부하고 99명만 임명한 것이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후 총리가 후보자 중 일부를 임명에서 제외한 것은 처음이며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6명을 제외했는지 설명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스가 총리는 "종합적·부감(俯瞰, 높은 곳에서 내려다봄)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관점에서 판단했다"고 의미가 불분명한 설명을 내놓았다.
6명이 배제된 경위에 관한 일본 정부의 해명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며 이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권에 악재가 되고 있다.
NHK가 이달 9∼11일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스가 개각 지지율은 내각 출범 직후와 비교해 7% 포인트 떨어진 55%였다.
곤란한 이슈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은 아베 정권과 마찬가지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 "한국이 징용문제 해결해야" 역사 문제 변함없는 고집
스가 정권의 주요 구성원이 기본적으로 보수·우익 성향이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가운데 아베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한일 관계는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과의 화상 회담에서 철거를 요청했고 현지 일본대사관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일본은 아베 정권 시절부터 소녀상 설치에 반대해 왔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새삼스럽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스가 정권 발족 후 한일 역사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이는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한 한국 대법원판결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머리를 맞대자는 입장이지만 스가 정권은 아베 정권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해결하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는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징용 문제 해법을 제시해야 참석한다는 뜻을 일본 정부가 한국에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외교 당국 간의 대화라는 이유로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드러난 것으로 보면 역사 문제와 관련해 스가 정권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작다.
이달 17일 시작하는 야스쿠니(靖國)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는 스가 총리의 역사 인식을 살펴보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아베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총리 재임 중 한 차례 공개적으로 참배했고 예대제나 패전일(8월 15일)에는 공물 또는 공물 대금을 보냈다.
이번 제사에 스가 총리 혹은 각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스가 정권의 역사 인식에 관한 대외적인 평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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