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 여학생 '교복 부대' 눈길…"숙제도 거리에서"

입력 2020-10-21 11:22  

태국 반정부 시위 여학생 '교복 부대' 눈길…"숙제도 거리에서"
8월 중순부터 참여 늘어…세 손가락 경례·흰 리본으로 의지 표명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및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며 확산하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여학생 교복 부대'가 눈길을 끌고 있다.
1020 세대가 시위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서도 앳된 모습의 10대 여중·고생들이 교복 차림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태국에서는 지난 14일 총리실 진출 거리 시위부터 19일까지 6일 연속 방콕 곳곳을 비롯해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15일 5인 이상의 정치집회를 금지한 정부의 '비상포고령' 발효 이후로는 닷새째다.
20일 저녁에는 이전처럼 대규모 시위는 없었다.
다만 방콕 시내 지상철인 BTS역 인근이나 백화점 근처에 수 십명에서 수백 명 규모 시위대가 모여 '총리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현지 언론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도됐다.



이날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적지 않았다. 특히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의 모습이 훨씬 더 많았다.
기자가 지난 14일 시위 현장에서 만나 인터뷰 한 아리(가명·16)의 친구 프라디(가명·16)도 교복을 입고 있던 여고생이었다.
집회 지원 차량의 화물칸에 앉아 있던 프라디는 집회 시간인 오후 2시 훨씬 이전인 오전부터 현장에 나와 있었다.
아리는 프라디가 자신보다 훨씬 더 열성적으로 반정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총리실 청사 바깥을 포위하다시피 한 오후 9시께에도 일부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비상포고령이 발효된 15일 방콕 최대 상업지구인 랏차쁘라송 네거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도 당당히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집회 불허 방침에 맞서던 교복 차림 여학생들이 주목을 받았다.
18일 시위대 이동을 막기 위해 셔터를 닫은 아속역사 안에서 기자가 만난 3명도 여고생들이었다.
학교 체육복 차림으로 여고생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셔터에 붙여진 종이에 적힌 태국어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개의 이름이란 뜻인데, 쁘라윳 총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서툰 영어지만 적극적으로 답했다.



까셋 네거리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한 17세 여고생은 이번이 10번째 시위 참여라면서 "충분히 많이 모인다면 정부는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며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한 비상포고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인터넷 매체 카오솟은 전했다.
여고생은 "지난번 시위에서 주변 사람들이 우리가 태국의 미래라며 더 친절하게 대해줘서 교복을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1020세대 중에서도 여성과 여학생이 많은 이유에 대해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도 성(性) 관련 여러 문제가 매우 많기 때문이라는 한 여성운동가의 분석도 소개했다.



이 매체가 보도한 사진에는 19일 까셋 네거리 반정부 시위 당시 교복을 입은 채 땅바닥에 앉은 여학생 두 명이 주변 시위대가 비춰주는 불빛 아래에서 학교 과제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고교생들의 반정부 집회 참여가 늘어난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잦아든 반정부 집회가 재개된 뒤 한 달이 지난 8월 중순께로 보인다.
당시 SNS에는 학생들이 조회 시간 태국 국가가 울리는 도중 세 손가락을 올리는 동영상 등이 확산했다. '독재에 반대한다'는 해시태그(#)도 달렸다.
'세 손가락 경례'는 2012년 영화 '헝거 게임'에 등장한 것을 빌린 것인데, 2014년 태국 군부의 쿠데타 당시 이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표시로 사용되면서 태국 민주 진영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여학생들 사이에는 반정부 집회 지지의 뜻으로 흰색 리본으로 머리를 묶는 현상도 널리 퍼졌다.
반정부 시위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당시 "일부가 천진난만하게 참여하는 것이어서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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