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에 24% 이자 과도" vs "낮추면 저신용자에 되레 독"

입력 2020-11-08 06:07  

"저금리 시대에 24% 이자 과도" vs "낮추면 저신용자에 되레 독"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김다혜 기자 =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흔히 양날의 검에 비유된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도 있지만, 저신용자의 대출 기회를 아예 막아버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어서다.
대부업 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에서 49%→44%→39%→34.9%→27.9%→24%(2018년)로 단계적으로 인하됐다.


◇ "'제로 금리' 시대인데 서민 이자 부담 과도해"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세계적 저금리 추세를 반영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시중 대출 금리는 꾸준히 낮아지는 반면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부업, 사채 등으로 내몰린 저소득 서민층 저신용자들은 여전히 과도한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가중평균 대출 금리는 연 2.66%로 작년 12월 연 3.77%보다 1.11%포인트 낮았다. 제2금융권은 상호저축은행 연 9.73%, 신용협동조합 연 3.95%, 상호금융 연 3.39%, 새마을금고 연 3.96% 등이었다.
과도한 금리는 정의롭지 않을뿐더러 무분별하게 연체자를 낳는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6명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고 힘겨워하는 사람들, 일상이 고통이 돼버린 이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라며 "서민의 약점을 노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가 더는 발붙일 수 없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최고금리를 10%로 낮춰야 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그 정도로 급격한 인하는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적지 않은 시민은 이러한 주장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9월 말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로 낮추는 방안에 '매우' 또는 '대체로' 공감한다고 했다.

◇ "신용 나쁜 사람은 아예 돈 못 빌려 불법 사금융 몰릴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라는 목적과 달리 오히려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면 현재 약 17%를 밑도는 이자를 내는 분들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금융기관이 연체가산금리를 붙일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이자를 내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더 높은 금리(17∼24%)를 적용받고 있는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자를 높게 매기는 것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위험성을 고려해서인데 이자를 올려받지 못하면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 등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이 낮은 사람은 아예 돈을 못 빌리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민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의 저금리에만 집중하는 것은 단기적인 시야"라며 "금리는 다시 오를 수도 있으므로 금리 수준을 반영하고 싶다면 연동 금리 방식을 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데 대출의 문을 좁히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을 이용한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2017년 60만6천명에서 2019년 26만6천명으로 줄었다.
대부업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기도 했지만, 2018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27.9→24%) 이후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축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은 기본적으로 저신용자를 위한 시장이기 때문에 빌려준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고, 제로 금리 시대라고는 하지만 자금 조달에도 제약이 많다"면서 "20%는 업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 "장단점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보완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최고금리를 내린다면 부작용을 충분히 고민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준 수석전문위원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송갑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검토한 뒤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경감과 무분별한 대출 억제를 통한 대출 시장 건전화는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상황과 저신용자의 자금 이용 기회 감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하 수준과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 대출 상품인 '햇살론17'처럼 보증부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미루 부연구위원은 "만약 돈을 빌린 사람이 갚지 못하더라도 대신 갚아주겠다는 보증이 있으면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붙일 필요가 없다"며 "기존의 보증부 대출 제도를 개선하고 확대하는 것이 최고금리 인하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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