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서 체면 구긴 미얀마 아웅산 수치, '선거의 여왕'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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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15 12:10  

국제무대서 체면 구긴 미얀마 아웅산 수치, '선거의 여왕' 등극

국제무대서 체면 구긴 미얀마 아웅산 수치, '선거의 여왕' 등극
'민주주의와 인권의 아이콘'에서 로힝야 사태 겪으며 이미지 추락
5년 만의 총선에서 또 압승 이끌며 지지 확인…문민정부 2기 열어

(하노이·방콕=연합뉴스) 민영규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75)은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이끌고 다시 한번 압승을 거둬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NLD는 이번 총선에서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322석을 훌쩍 뛰어넘는 396석을 획득, 문민정부 2기를 열 수 있게 됐다.
이는 수치 고문의 지휘하에 NLD가 50년 이상 지속된 군부 집권을 끝낸 2015년 총선 당시 획득한 390석보다 6석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투표로 선출된 연방 상·하원 476석의 83.2%를 차지한다.
군부가 2008년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 의석 664석 가운데 25%인 166석은 군부에 배정되는 악조건에다 이번 총선에서 치안 불안 등으로 22개 선거구의 투표가 취소되는 상황에서도 전체 의석의 59.6%를 가져오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치 분석가인 리차드 호시는 AP 통신에 "여당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국민이 수치 고문에 대한 지지, 심지어는 사랑"이라며 "이는 정부가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는지,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와 거의 무관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지 선거 감시 단체인 '신뢰할만한 선거를 위한 국민연대'가 올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미얀마 국민의 79%가 수치 고문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같은 신뢰도는 지난해 70%보다 9%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NLD도 지난 13일 중간 개표 결과에서 단독 정부 구성 요건을 초과한 것으로 나오자 "이번 총선 압승은 국민이 수치 고문의 리더십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수치 고문은 특히 국민의 70%가량인 주류 버마족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NLD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포함해 버마족이 몰려 있는 중부 지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1기 문민정부에서 경제발전이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미얀마는 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선방한 것도 수치 고문의 높은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의 분명한 메시지는 미얀마 국민이 군부나 통합단결발전당(USDP) 등 군부의 대리 정당이 다시 집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현지 온라인 매체 '이라와디'는 해석했다.
군부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한때 '민주주의와 인권의 아이콘'이었던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는 것이다.특히 총선 직전 군부가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선거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위기의식을 느낀 부동층과 무관심층이 여당에 쏠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70% 이상으로 5년 전보다 높아진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또 젊은 군 장병이나 가족 중에서 여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나와 '군인 도시'로 불리는 메이크틸라시에서도 NLD가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015년 총선 당시 42석을 챙긴 USDP는 이번에 33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는 수치 고문의 이미지가 끝없이 추락했다.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고문은 약 15년에 이르는 가택연금에도 굴하지 않고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어머니 수', '더 레이디(The Lady)'로 불리며 한때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그는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도 큰 신망을 얻었다.
하지만 2017년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이슬람계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미얀마군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또 70만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발생했지만, 수치 고문은 침묵하거나 군부를 두둔하는 입장을 취해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해 말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열린 '로힝야 집단 학살' 재판에 참석해 "당시 충돌 과정에 국제인도법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집단학살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사건 기각을 촉구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youngkyu@yna.co.kr,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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