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의회,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정국 혼란 속으로(종합)

입력 2020-11-10 11:36  

페루 의회,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정국 혼란 속으로(종합)
임기 8개월여 남긴 비스카라, 뇌물수수 혐의 속 낙마
페루, 코로나19 위기 속 내년 4월 대선까지 정치 혼란 예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마르틴 비스카라(57) 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의회에서 가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허덕이는 페루는 다시 한 번 극심한 정국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페루 의회는 9일(현지시간) 비리 혐의가 제기된 비스카라 대통령의 탄핵안을 찬성 105표, 반대 19표, 기권 4표로 통과시켰다고 현지 안디나통신 등이 전했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 87표를 너끈히 넘긴 결과였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8개월여 앞두고 물러나게 됐으며, 헌법에 따라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이 내년 7월까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고 현지 언론은 설명했다.
앞서 페루 의회는 비스카라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이던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약 7억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9월에 이은 의회의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시도였다.
두 달 전 의회는 비스카라 대통령이 정부와 한 가수의 부적절한 계약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음성 파일이 공개된 후 곧바로 탄핵을 추진했으나, 찬성이 32표에 그치며 불발됐다.
이번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탄핵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에 이날의 결과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확보된 찬성 표가 가결 기준에 못 미쳤지만, 비리 혐의와 관련한 정황이 추가로 나오고, 이날 표결 전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역효과를 내면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고 전했다.
이날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에 나와 혐의를 재차 완강히 부인하면서 탄핵안 가결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2018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 관련 비리에 연루돼 물러난 후 부통령으로서 대통령 잔여 임기를 승계했다.
취임 후 강력한 반부패 개혁에 나섰고, 이를 저지하려는 의회와 충돌해오다 지난해 9월 여론의 지지 속에 의회를 전격 해산했다. 이후 선거를 통해 의회가 새로 구성됐지만, 의회에 소속 정당 의원이 1명도 없는 비스카라와 의회의 긴장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 탄핵안 가결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페루가 코로나19 앞에 고전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보다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부패 혐의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민 의사에 반하는 '속전속결' 대통령 탄핵을 가능케하는 시스템 자체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 분석가인 알론소 카르데나스는 AP통신에 의회의 거듭된 대통령 탄핵 시도는 다수당이 없고 의원들이 이념보다 사익에 따라 움직이는 페루 정치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페루에선 시장보다 대통령 축출이 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지 않은 페루에선 내년 4월 대통령과 의회 선거 때까지 정치적 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구 3천300만 명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2만 명, 사망자는 3만5천 명가량으로 인구 대비 사망자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아직 비스카라 대통령의 비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진 않았으나, 페루는 대통령들이 줄줄이 부패 혐의를 받는 불명예도 이어가게 됐다. 의회 탄핵표결 전날 사임한 전임자 쿠친스키를 포함해 페루에선 생존 전직 대통령이 대부분이 퇴임 후 부패 혐의 등으로 수감된 바 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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