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기후위기] ⑤세계는 '기후재앙' 몸살…'바이든 시대' 맞아 글로벌협력 필수

입력 2020-12-16 08:00  

[다가온 기후위기] ⑤세계는 '기후재앙' 몸살…'바이든 시대' 맞아 글로벌협력 필수
산불·가뭄·홍수·장마 등 '동시다발 기후재난'…해수면 상승에 수몰 위기 국가도
교토의정서·파리기후협약 등 글로벌 공조 가시화…실제 노력은 기대 못 미쳐
바이든 당선으로 '트럼프 쇼크'는 사라질 듯…"기후변화 대응 노력 빨라질 것"

다가온 기후위기 / 연합뉴스 (Yonhapnews)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발등의 불 온실가스', '온난화 아시아 피해 심각 수백만 난민 발생 경고', '환경 없이 생존 없다'…. 모두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을 즈음해 보도된 언론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23년 전 '환경 없이 생존 없다'던 경고는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산불은 서울시 16배 면적(약 1만117㎢)을 태웠고, 한반도 등 동아시아를 덮친 장마는 전례 없는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방글라데시의 홍수는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일부 국가는 수몰될 위험에 놓였다.
이러한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 전 인류의 노력과 협력이 필수다. 이에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규정한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이 탄생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체결 당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던 미국이 비준을 거부했고, 비준국 내에서도 국가 간 형평성 논란이 일며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했다. 파리협약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일자리 보호를 명목으로 협약에서 탈퇴하며 위기를 맞았다.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어긋날 때 개인의 이익만 극대화하면 모두가 파국에 이른다는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친환경을 공약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다는 한 줄기 희망을 던져준다. 그의 취임 후 '탈(脫)탄소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글로벌 기후협력에도 다시 한번 힘이 실릴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산불·동아시아 폭우·몰디브 수몰 우려…세계는 '기후위기 몸살'
지난 9월 9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는 해가 뜨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과도 같은 금문교는 붉은 하늘과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아 마치 세상의 종말이 닥친 것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핵겨울이 온 것 같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산불이 빚은 광경이었다.
캘리포니아는 건조한 여름 기후로 인해 매년 9∼10월 화재철에 산불이 빈발한다.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산불의 규모와 발생 빈도 모두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가장 큰 산불 20개 중 19개가 2000년대 들어 발생했다. 이 가운데 5개가 올해 발생했다. 화재철 기간도 지난 50년 동안 2.5개월 증가했다. 더 심각한 산불이 더 긴 기간에 걸쳐 발생한다는 뜻이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산불이 한해 내내 발생하기 때문에 '화재철'이라는 단어 자체가 의미 없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태평양 반대편 동아시아에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중국 남부 지방에 5월 말부터 폭우가 쏟아져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5천500만 명의 이재민과 30조원 규모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싼샤(三峽)댐의 수위는 역대 최고인 167.65m를 기록했다.
중국을 강타한 장마전선은 일본과 한반도로 북상하며 각각 82명, 50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한국의 경우 종전 최장 장마 기록을 깨고 54일 연속 비가 내렸다. 시간당 120㎜의 물 폭탄이 쏟아지는 지역이 생기는가 하면, 중부지방은 장마 기간 851.7㎜의 비가 내려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문제다. 바다가 육지를 집어삼키고 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언론인이 모여 만든 미국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벤자민 스트라우스 박사는 해수면이 21세기 말까지 최소 1.2∼2.4m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다지 높지 않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 정도 해수면 상승만으로도 현재 1천만 명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수천만 명이 거주하는 방글라데시 대부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이 수몰된다. 오늘날 세계 주요 도시의 3분의 2가 해안가에 있고, 6억 명이 넘는 인구가 해발 9m 이내에 살고 있다. 약간의 해수면 상승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자카르타는 2050년까지 도시의 절반이 물에 잠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자카르타 북부에는 영구적으로 침수된 지역이 생겼고, 일부 지역은 매해 25㎝씩 가라앉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 덕에 신혼여행지로 인기인 몰디브도 이번 세기 내에 더는 방문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 1m 이하인 데다 국민의 42%가 해안가에 살고 있어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됐다.
김백민 부경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 변동성의 '극단 값'이 확대된다는 뜻"이라며 "비가 극단적으로 적게 오는 가뭄이나 지나치게 많이 오는 폭우 모두 '극단 값'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극단적 기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국 막자"고 외치지만, 정작 국가 간 협력은 '지지부진'
오늘날 기후위기는 과거부터 예견됐다. 암울한 예언이 현실로 바뀌는 것을 막고자 한 첫번째 유의미한 시도는 '교토의정서'였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선진국 38개국이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할 것을 규정했다.
하지만 교토 의정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누적 1위인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고, 현재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었다.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도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했다.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24억t에서 353억t으로 60% 가까이 증가했다. 감축은커녕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교토 의정서의 처절한 실패를 딛고 2015년 등장한 것이 바로 '파리 기후협약'이다. 파리 기후협약은 교토 의정서와 달리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협약 당사국 195개국 모두에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웠다.
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2℃로 제한할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이보다 작은 1.5℃로 상승 폭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세계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약속을 잘 지키는지 점검받을 의무도 생겼다. 한국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기여방안·INDC)를 유엔에 전달했다.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지구가 이를 흡수하는 능력이 균형을 이루는 '탄소 중립'도 강조됐다.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2050년 탄소중립' 선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파리협약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2017년에는 1.7%, 2018년에는 2.7% 증가했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CAT)에 따르면 파리협약 목표인 1.5℃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는 수준의 배출량을 보이는 국가는 모로코와 감비아에 불과하다.
게다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을 제출하고 점검을 받는 것은 구속력이 있지만, 감축 목표 자체에는 구속력이 없어 이에 도달하지 못해도 불이익이 없다. 몇몇 국가들이 다른 나라의 감축 노력에 얹혀가는 '무임승차',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고 온실가스 감축은 나 몰라라 하는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승직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국제협약은 벌칙 조항이 없기 때문에 '신사협정'과 같다"며 "파리협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탄소 국경세'와 같은 국가 간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에 '트럼프 쇼크'는 사라질 듯…"우리나라도 분발해야"
'공유지의 비극' 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가 바로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파리협약 탈퇴를 천명했고, 실제로 지난달 파리협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이 일자리를 없애고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악을 끼친다"고 공공연히 비난해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기간 자동차 연료 환경 기준부터 메탄가스 방출 규제에 이르기까지 160여 개에 달하는 환경 규제가 완화됐다고 한다.
미국이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의 28%에 이어 15%로 세계 2위에 달한다. 누적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세계 1위다. 더구나 미국은 국제 질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초강대국이기에 미국의 탈퇴는 글로벌 기후협력에 치명타를 가했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협약에서 미국이 '나 홀로 탈퇴'를 강행하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각국 정부는 "파리협약은 우리 행성에 필수적인 노력"이라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제사회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난도 들끓었다.


다만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됨에 따라 암울했던 글로벌 기후협력에도 이제 한 줄기 희망이 비친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인 '넷 제로'(Net Zero), 즉 탄소중립 상태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10년간 1조7천억 달러(약 1천906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시설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청정에너지 확대 등도 제시했다.
나아가 바이든 당선인은 기후변화를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기후변화 특사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지명했다. 케리 전 장관은 기후변화 담당 공직자로서는 최초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참석한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내며 파리협약에 서명한 '기후통' 케리 전 장관을 기후특사로 임명한 것은 바이든 당선인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 입장을 보이면서 위기에 봉착했던 전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상당 부분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친환경을 강조한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전기차나 태양열 등 친환경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와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환경을 강조하는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엄청난 기회가 열리게 됐다"며 바이든 시대에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65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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