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접종지연 원인은…인프라 구축 없이 무작정 백신만 배포

입력 2021-01-01 09:29  

미국 접종지연 원인은…인프라 구축 없이 무작정 백신만 배포
이스라엘·바레인보다 속도 느려…인력충원·시설 등 사전준비 실패
트럼프는 주정부에 책임 미뤄…연방제·넓은 영토도 요인으로 꼽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목표 대비 접종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내 2천만 명을 목표로 지난 14일 접종을 시작했지만 30일(현지시간) 오전 9시 현재 8분의 1 수준인 259만 명이 백신을 맞는 데 그쳤다. 백신 배포도 1천400만 명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인구 10만명 당 접종 인원은 49명으로, 미국보다 접종이 늦게 시작된 이스라엘(608명), 바레인(263명)에 크게 못 미친다. 영국도 10만 명당 60명으로 미국을 앞선다.
AP통신에 따르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 준비가 필요했던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부족이 지연 원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접종을 하려면 인력을 충원하고 초과근무수당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 특수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방역 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1명당 접종 후 15분간 부작용을 관찰하기 위한 별도 공간도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특화한 인프라의 추가 구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이 작업이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플로리다주 보니타 스프링스의 한 69세 노인은 선착순인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밤새 주차장에서 줄을 서 14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주사를 맞았다.
마이애미의 한 대학교수는 81세 어머니의 접종 문의를 하기 위해 80통의 전화를 한 뒤에야 병원과 통화에 성공했다. 그만큼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의료기관인 '메모리얼 헤르만'은 3만 회 접종분을 받았지만 절반 정도만 소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공간 등을 만들다 보니 시간이 걸린 탓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백신을 사탕처럼 나눠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역할을 생산된 백신을 주의 거점지역에 배포하는 선까지로 규정하고, 나머지는 주정부가 책임지도록 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트위터에 "연방정부는 백신을 주에 배포했다. 이제 접종하는 것은 주정부에 달려 있다. 움직여라"라는 글을 올리며 접종 지연을 주정부 책임으로 돌렸다.
문제는 접종 시설이나 기준 등에 관한 연방 차원의 일목요연한 지침이 부족한 데다 막상 인프라를 갖추려고 해도 실행 자금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주 킹 카운티(주정부 아래 행정단위)는 백신 접종을 위해 4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지만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백신 개발에 100억 달러 이상 지출했지만 백신 배포와 접종과 관련한 예산은 거의 쓰지 않았다.
최근 통과된 예산에 주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87억 달러의 관련 예산이 포함됐지만 이미 몇 개월 전에 집행됐어야 할 예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신 접종 거부감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일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11만 회분 백신 중 3만5천 회분만 접종이 이뤄졌는데, 의사, 간호사 등 대상자가 접종을 거부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AP는 전했다.

미국보다 접종 시작일이 늦었지만 속도는 더 빠른 이스라엘, 바레인과 달리 미국의 영토가 광대해 배송, 접종 등 물류 작업이 훨씬 더 복잡한 점도 장애 요인으로 분류된다.
일례로 영토가 넓은 캐나다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접종자는 10명으로 미국의 49명보다 훨씬 적다.
또 중앙집권제를 채택한 이스라엘, 바레인과 달리 연방국가인 미국은 분권제로 운영되다 보니 다른 나라처럼 중앙정부에 집중화된 보건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미국의 하루 접종자는 평균 16만2천 명 수준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일일 100만 명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먼 상황으로 보인다.
한 의료전문가는 CNN방송에 주정부가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 조직이 필요한지 연방정부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AP는 "과중한 업무에 자금이 부족한 주정부의 의료 당국은 백신 접종 계획을 짜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주정부의 카운티와 병원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해 긴 줄과 혼란, 좌절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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