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대선서 대통령 권한 대행 지낸 좌파로프 압도적 승리"(종합)

입력 2021-01-11 03:20   수정 2021-01-11 07:52

"키르기스 대선서 대통령 권한 대행 지낸 좌파로프 압도적 승리"(종합)
선관위 "97% 개표 결과 79% 득표"…민족주의 성향의 대중주의 정치인
러시아와의 전략관계 중시…통치형태 결정 국민투표선 80%가 대통령제 지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로 대통령이 하야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10일(현지시간)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사디르 좌파로프(52) 후보가 사실상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7% 개표 결과 좌파로프 후보가 79.25%의 월등한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정치적 범죄 연루 사건으로 1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좌파로프는 지난해 10월 야권의 총선 불복 시위 과정에서 풀려나 전격적으로 총리와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행한 뒤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좌파로프는 모두 17명의 후보가 경쟁한 1차 투표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2차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키르기스스탄 선거법상 1차 투표 결과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 2위 득표자가 2차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키르기스스탄에선 앞서 이날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조기대선 투표가 실시됐다.
지난해 10월 총선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당시 대통령이 조기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현지 중앙선관위는 356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39%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는 대선에서 심각한 위반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고,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과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이 파견한 국제참관단도 선거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대선 투표와 함께 실시된 국가통치체제 결정을 위한 국민투표에선 80% 이상이 대통령제를 지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의원내각제를 지지한 유권자는 10.83%에 불과했다.
이같은 투표 결과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은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개헌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현재의 이원집정부제를 버리고 순수 대통령제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10년부터 이전의 순수 대통령제 대신 제한적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섞은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통치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좌파로프도 선거 운동 기간에 순수 대통령제로의 복귀를 주장했다.
개헌으로 대통령제가 복원되면 그는 단일 국가 지도자로서 강력한 권한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좌파로프는 지난 2005년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대통령(2005~2010년) 지지자로 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해 바키예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2013년 고향인 이시쿨주 주지사 억류 사건에 연루돼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해외로 도피, 키프로스에서 몇 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2017년 귀국 시도 과정에서 체포돼 1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해 10월 야권 시위 과정에서 극적으로 풀려나 총리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으며 유력 정치 지도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조기 대선 출마를 위해 총리와 대통령 권한 대행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민족주의자임에도 옛 소련권 맹주인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에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키르기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선망하는 돈벌이 지역이다.
좌파로프는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대중주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동안 정치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30일 이내에 국고로 반환하도록 명령하고, 최대 범죄조직 두목을 체포하는 등 키르기스스탄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과시하며 인기를 끌었다.
대선 운동 기간에도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보수 성향을 보이고, 의료·보건 예산을 지금보다 두 배가량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취임 후 그에겐 만성적 빈곤과 실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좌파로프는 이날 자신의 승리가 확정적인 것으로 나타난 뒤 회견에서 "2~3년 내에 상황을 반전시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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