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후쿠시마 오염수 "탱크 증설 필요성 검토"…방류 보류?

입력 2021-01-13 11:53  

스가, 후쿠시마 오염수 "탱크 증설 필요성 검토"…방류 보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역 어민들과 주변국이 반대하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이하 오염수)의 해양방류 결정을 당분간 내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총리실) 기자단에 전달한 답변서에서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정부가 책임지고 처분 방침을 결정하겠다"며 "풍평(風評)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풍평대책은 오염수를 해양으로 쏟아낼 경우 일본산 수산물의 이미지가 나빠져 지역 어민들이 볼 피해 관련 대책을 말한다.
스가 총리는 이어 "(저장) 탱크 증설이 필요한지도 아울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총리 기자회견 때 질문하지 못한 언론사로부터는 서면 질의를 받아 답을 주는데, 이번 답변서는 지난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 선포 회견 때 질문권을 얻지 못한 기자들이 제기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담았다.



오염수 문제에 대한 스가 총리의 이번 답변에는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는 그간 "언제까지나 (처분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라거나 "가능한 한 빨리 처분방침을 결정하고 싶다"라고 했지만, 이번 답변서에는 '적절한 시기'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이는 지역 주민과 한국 등 주변국이 강하게 반대하는 해양방류 방침을 무리하게 결정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담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저장탱크 증설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스가 총리가 오염수 처분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방사성 오염수가 계속 생기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현재 하루 140t가량씩 불어나는 이 오염수를 핵 물질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123만t에 달하는 이 처리수에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그대로 있다.
또 보관 중인 처리수의 70% 이상에서 일부 방사성 물질의 오염 농도가 방출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가 운영한 전문가 소위는 작년 2월 정리한 최종 보고서에서 무한정으로 보관시설을 늘릴 수 없는 점을 근거로 해양방류와 대기방출을 오염수(처리수) 처분 방법으로 제시한 뒤 해양방류가 한층 현실적인 안이라고 추천했다.
이를 토대로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은 해양방류를 통한 오염수 처분 방침을 확정하기 위해 지역 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왔지만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최종 결정을 미뤄 놓은 상태다.
해양방류에 반대하는 쪽은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 등을 고려해 더 좋은 처분 방법을 찾을 때까지 일본 정부가 저장탱크를 늘려 육상보관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 되면 계속 불어나는 오염수로 총 137만t 규모의 저장 탱크가 차게 되고, 사고 원전 폐로를 위한 작업 공간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부지 내 저장 탱크 증설은 어렵다고 맞서 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처분 방침에 관한 스가 총리의 표현이 바뀐 것의 의미를 묻는 말에 "가능한 한 빨리 정부가 책임지고 처분 방침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며 표현법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정부 입장은 종전과 같다는 취지로 모호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부실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인 데다가 올해 7~9월의 도쿄올림픽·패럴림픽도 앞두고 있어 국내외의 거센 반발을 동시에 촉발할 해양방류 방침을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스가 총리가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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