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돌아온 '푸틴의 정적' 나발니…독극물 피격에서 체포까지

입력 2021-01-18 12:04   수정 2021-01-18 15:11

러시아 돌아온 '푸틴의 정적' 나발니…독극물 피격에서 체포까지
변호사 출신 야권핵심 세력…작년 8월 여객기서 쓰러져 독살 논란
교정 당국에 공항서 체포돼…29일 법원이 집행유예 취소할지 주목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의 야권운동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는 알렉세이 나발니(44)가 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온 지 약 5개월 만인 17일(현지시간) 자국 땅을 다시 밟았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독일에서 러시아로 돌아온 나발니는 이날 저녁 수백 명의 지지자가 운집한 모스크바 북쪽 외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러시아 교정 당국에 곧바로 체포됐다.
나발니의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가 현지 경찰에 체포되기도 한 상황에서 전 세계 언론이 그가 앞으로 맞이할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다.

◇ 여객기서 의식 잃고 쓰러진 나발니…암살 논란의 중심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국내선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여객기에서 의식을 잃고 그대로 쓰러진 뒤 혼수상태에 빠지며 독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던 나발니를 태운 비행기는 당시 옴스크에 비상착륙 했다.
나발니는 사흘 후인 지난해 8월 22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독일 의료진의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나발니는 쓰러진 뒤 18일 만인 그해 9월 7일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으며 베를린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
이후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 서방의 주요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나발니를 치료했던 독일 의료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영국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발표하기도 했다.
냉전 시대 말기에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은 신체에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이를 근거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당국이 개입해 나발니를 암살하려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현재까지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나발니의 증상에 대해 췌장염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서방의 주장을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작년 12월 연례 기자회견에서 나발니가 서방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 당국의 독살 시도설에 대해 "만일 누군가가 정말 그를 독살하려 했으면 아마 끝까지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발니의 암살 논란은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이 작년 10월 나발니 중독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러시아인 6명과 단체 1곳에 입국 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하자 러시아 역시 같은 조치로 맞대응했다.
나발니가 지난해 12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에 자신의 독살 시도에 개입한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을 조사해 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최근 기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소셜미디어 활용한 반부패 활동가에서 푸틴 정적으로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부패 척결 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나발니는 현 집권 세력의 주요 경계 대상이다.
유명 블로거이자 변호사 출신인 그는 러시아에서 반부패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나발니는 2007년 대형은행인 VTB, 거대 석유회사 로스네프티, 세계 최대의 가스 회사 가스프롬과 같은 대형 국영기업들의 부정을 폭로하면서 국민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나발니는 국영기업 주식을 사들여 소액주주로서 부패 척결이나 투명성 제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활용,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은 그는 여러 차례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지지세에 힘입어 나발니는 2013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모스크바 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27%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관심을 받았다.
나발니는 2017년 4월에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한 포럼에 참석했다 나오다 괴한이 얼굴에 약물을 뿌리면서 눈 동공과 각막 손상을 입는 등 정권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2018년 대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전과로 인한 피선거권 자격 논란 끝에 출마는 결국 좌절됐다.

◇ 교정 당국 "집행유예 의무 위반" vs 나발니 "푸틴 지시"
러시아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나발니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그를 17일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체포한 뒤 바로 구금했다.
나발니는 2014년 12월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천100만 루블(약 5억9천만 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수사당국에 의해 기소됐다.



이때 나발니는 징역 3년 6개월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2019년 12월에 형의 집행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2017년 법원 판결로 지난해 말까지 한차례 연장됐다.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해 여러 차례 당국에 출두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모스크바 시모노프 구역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교정 당국은 이를 근거로 공항에 도착한 나발니를 체포한 뒤 구금했으며 집행유예의 실형 전환을 위한 법원 재판은 오는 29일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이를 두고 나발니는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푸틴은 자신의 독살 시도에도 내가 살아난 것에 너무 화가 나 러시아 연방형집행국에 나에 대한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바꾸도록 소송을 제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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