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앙은행장 "한국이 동결자금 해결 의지 보여야"<블룸버그>

입력 2021-01-20 01:44  

이란 중앙은행장 "한국이 동결자금 해결 의지 보여야"<블룸버그>
동결자금과 한국 선박 나포는 무관…선 그어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정치적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 당국은 동결 자금을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들이 이런 약속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표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문제는 그들이 미국의 정책과 규제 역시 따르려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 은행과 금융기구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다"며 "불행히도 한국 정부는 그 압력에 굴복했고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란과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파트너들은 우리가 인도주의적 물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았지만, 한국 정부는 어떤 신뢰할만한 채널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은행들은 이란 자금은 원화이고 이를 유로로 바로 환전할 수 없다는 핑계를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INSTEX)를 통해 한국 내 자산을 송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가능한 옵션이지만, 두 번째 단계"라고 답했다.
헴마티 총재는 "첫 번째 단계는 한국 은행들이 자금을 풀고 이란 은행과 협력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정치적 의지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인스텍스는 실질적으로 거의 쓸모가 없었고 대이란 제재의 영향 아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인스텍스는 기대한 것처럼 작동하지 않았다. 유럽국가들이 충분한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화학 운반선을 나포한 것이 동결 자금 문제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 걸프 해역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주사인 디엠쉽핑은 해양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이란 측은 지금까지도 해양오염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란이 한국케미를 나포한 배경으로 꼽히는 한국 내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6천억 원)로 추산된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으며,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는 한국케미 나포와 이란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다.
한국 대표단은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인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등 이란 고위 관계자를 면담했으나, 사태 조기 해결에는 실패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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