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정 합류 협상하던 정치인 마피아 연루 의혹에 퇴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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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23 04:49  

이탈리아 연정 합류 협상하던 정치인 마피아 연루 의혹에 퇴진(종합)

이탈리아 연정 합류 협상하던 정치인 마피아 연루 의혹에 퇴진(종합)
중도정당 당수, 은드란게타 이권 지원 '비밀 거래' 중재 의혹
연정 지지 설득해온 콘테 총리 당혹…상원 안정 과반 확보 비상
연정 내부서 조기 총선 가능성 부상…"난국 타개할 마지막 방안"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정치인과 유착한 마피아의 '검은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며 현지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이탈리아 수사당국은 21일(현지시간) 최대 마피아 조직 '은드란게타'(Ndrangheta)와 연결 고리가 있는 인물 13명을 체포하고 35명을 가택 연금했다.
혐의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탈세, 돈세탁, 선거 개입 및 매표 등이다.
이들 중에는 은드란게타의 근거지인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 공무원, 사무직 종사자 등도 포함돼 있다고 당국은 전했다.
눈에 띄는 것은 선거와 관련된 혐의다. 선거 과정에서 정치인과 모종의 결탁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수사당국은 '중도연합'(UDC)을 이끄는 로렌초 체사 하원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21일 그의 로마 자택을 압수 수색 했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수사당국은 은드란게타가 칼라브리아 주정부의 공공조달 계약을 따내도록 돕는 대가로 2018년 총선에서 UDC 소속 정치인을 지원하기로 하는 '은밀한 거래'의 중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사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압수수색 당일 UDC 대표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이번 사건은 이탈리아 정가에도 작지 않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특히 살얼음판을 걷는 연립정부의 운명과도 직결된 사안이라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주 '생동하는 이탈리아'(IV)의 연정 이탈로 무너진 상원 과반 의석을 되찾고자 UDC에 연정 참여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UDC는 상원(총 321석)에서 3석을 갖고 있다.
의석 규모로만 보면 소수 정당에 불과하나 연정이 지난 19일 상원 신임안 표결에서 절대 과반(161석)에 살짝 못 미치는 156명의 지지표를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큰 힘이 될 수 있는 의석 수다.
UDC는 야권인 '우파연합'의 일원이지만 온건한 노선의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중도 좌파가 중심축인 연정 내에서의 거부감도 크지 않다.
하지만 UDC의 수장이 마피아와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는 연정 참여 협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2일 자 지면 기사에서 "연정 기반을 강화하려는 콘테 총리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연정 안팎에서는 상원 과반 의석 확보에 끝내 실패하는 상황을 고려해 조기 총선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다. 정국 위기 초반 그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던 것과 대비되는 분위기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 소속 안드레아 마르텔라 내각 차관은 21일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이 현 난국을 타개할 방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고, 같은 당 안드레아 오를란도 하원 원내대표도 '조기 총선 개최 가능성이 있느냐'는 언론 질의에 "불행히도 그렇다"고 여지를 뒀다.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당을 대표하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콘테 내각이 무너진다면 총선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며 "선거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콘테 총리가 현 의회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까지 불안정한 연정을 끌고 가기보다 차라리 조기 총선 개최라는 승부수를 던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는 60% 안팎의 높은 국민적 호감도를 갖춘 그가 독자적으로 정치 세력을 규합해 총선에 나선다면 의미 있는 지지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총선을 고려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콘테가 조직한 신당이 15%를 넘는 지지율을 얻어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당권을 쥔 극우 정당 동맹(23%)에 이어 원내 2당의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나타났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잠식돼 결국 '제살깎아먹기'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지만 사임 압박이 가중될 경우 콘테 총리가 내놓을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계 움직임과 관계없이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여전히 총선 개최 가능성을 낮게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사태 속에 우파연합의 압승이 예상되는 총선 개최를 연정 내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연정 인사들의 총선 언급은 지금 당장 선거가 실시될 경우 재선을 확신하지 못하는 흔들리는 야권 상원의원을 돌려세우기 위한 일종의 '위협구' 성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의 '자중지란'에 따른 정국 위기를 틈타 야권은 연일 조기 총선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살비니 상원의원 등 우파연합 지도부는 21일 정국 위기 관리자인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현 연정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조속한 총선 개최를 거듭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정국 상황을 수습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조기 총선 가능성까지 부상하며 이탈리아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22일 10년물 기준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의 국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122bp(1bp=0.01%포인트)를 찍었다. 작년 11월 중순 이래 최고치다.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 확대는 통상 경제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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