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아파트' 공약은 넘치는데…캐비닛서 잠자는 입체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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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28 06:01  

'도로 위 아파트' 공약은 넘치는데…캐비닛서 잠자는 입체도로

'도로 위 아파트' 공약은 넘치는데…캐비닛서 잠자는 입체도로
국토부 4년전 도입 검토했다가 안전·법률 문제로 폐기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부동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도로나 철도를 덮고 그 위에 주택을 짓는 방안이다.
서울에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도로나 철도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로, 가뜩이나 서울에 집 지을 공간이 아쉬운 요즘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그러나 이는 현재로선 실행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정부가 명백히 반대하는 사안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4년 전 이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나 검토 결과 안전문제와 법률상 난제 등으로 포기했다.
28일 국회와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출마를 선언한 여야 서울시장 후보 중 주택 공약으로 도로를 덮거나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짓는 방안을 제시한 후보가 적지 않다.
강변북로 등 도로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짓는 방안, 경부선이나 지하철 2호선 등 지상 철도 노선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원과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다.
시장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에 주택 공급을 대거 확충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이와 같은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도로와 철도의 지하화와 그 위에 집을 짓는 방안은 정부가 이미 추진 방침을 밝히고 검토를 벌였으나 여러 이유로 폐기한 사안이다.
2017년 2월 국토부는 도로 위 아래 공간에 주택 등 건물을 짓는 '입체도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도로 용도로만 개발을 제한했던 도로 상하 부지를 민간에 개방해 주택이나 상업시설 등 다양한 민간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후 소리소문없이 추진이 중단됐다.
막상 검토해 보니 도로와 건물이 섞이는 구조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구분소유권 설정 등 법적 정리가 매우 복잡해 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입체도로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나왔으나 제대로 된 논의도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일각에선 다른 이유보다 정부가 입체도로 개발이 서울 집값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터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뜩이나 박근혜 정부 말기에 나온 방안이어서 현 정부에서 힘써 추진할 동력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 기조가 주택 수요 억제 위주에서 공급 확대로 완전히 돌아섰고, 이 때문에 서울 도심에 주택을 지을 땅을 더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체도로 개발론이 다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작년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다시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법안에 대해 안전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년 전 추진을 중단한 이유를 다시 들며 법안을 거부한 셈이다.
물론 새로운 서울시장이 의지가 확고하다면 도로나 철도를 활용한 주택 개발 방안을 추진할 나름의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국토부도 밝혔듯 안전 등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검토도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진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임기가 1년밖에 되지 않는 신임 시장으로선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장관 취임 전 인터뷰 등을 통해 철도 등을 지하화하고 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변 장관이 도심 주택 확충 모델로 예를 든 해외 사례 중 프랑스 파리 '리브 고슈 프로젝트'도 센강 인근 철길을 덮고 주택 5천가구와 문화·교육 등 기능이 복합된 공간으로 조성한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도 현재 상황으로선 추진이 불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체도로는 과거 다각적인 검토를 벌였으나 여러 문제점이 발견돼 추진을 중단했다"며 "작년 국회에서도 법안이 다시 발의돼 잠시 논의가 됐으나 현재로선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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