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만에 풀려난 한국케미 선원들…나포에서 석방까지

입력 2021-02-02 23:54   수정 2021-02-03 00:49

29일 만에 풀려난 한국케미 선원들…나포에서 석방까지
이란 혁명수비대 '환경오염' 이유로 나포·억류
선박·선장 제외한 선원 19명 억류 해제 결정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이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의 선원들이 2일(현지시간) 억류에서 풀려나게 됐다.
지난 달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한국케미가 나포된 지 29일 만이다.
나포 당시 한국케미는 메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을 실은 채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해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고속정과 헬기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한국케미에 접근, 항로를 반다르아바스로 돌릴 것을 요구했다.
한국케미는 혁명수비대의 요구대로 이란 영해에 들어섰고, 한국인 선원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과 한국케미호는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됐다.
혁명수비대가 촬영한 나포 당시의 영상과 사진은 현지 언론과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됐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검찰과 해양항만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주사인 디엠쉽핑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제시한 나포 사유에 반박했으며, 이란 당국은 구체적인 환경오염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란에 한국케미와 선원의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긴급 출동시켰다.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최영함은 5일 오전 호르무즈 해협에 도착했다.
혁명수비대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를 나포했으나, 실제로는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6천억 원)로 추산된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으며,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실제로 한국케미 나포 직후 이란 고위층에서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난 달 5일 기자회견에서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며 "만약 여기에 인질범이 있다면, 그것은 70억 달러가 넘는 우리 자금을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선박 및 선원 억류 조기 해제와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다.
한국 대표단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장·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 등 고위급 인사를 면담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동결 자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면서 "선박 나포는 동결 자금과 관계 없는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한국 대표단은 조기 억류 해제에 실패한 채 귀국했고, 이란 고위층은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헴마티 중앙은행장은 지난 달 19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신뢰할만한 채널도 제안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리프 외무장관도 "한국이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란인의 음식과 약을 사는 데 쓸 돈을 빼앗았다"며 "결국 이 게임에서 패자는 한국과 한국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측은 외교 채널을 통해 대화를 이어갔으며, 한국 정부는 선박과 선원의 조기 억류 해제와 함께 이란 동결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선박 억류 사태 초반에는 동결자금 문제로 이란 측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매일 소통했고 우리의 조속한 동결자금 해결 노력도 믿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최종건 1차관과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이 통화한 후 이란 정부는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의 출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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