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이 하나만으로 지느러미가 팔뼈처럼 바뀌어

입력 2021-02-05 15:53  

유전자 변이 하나만으로 지느러미가 팔뼈처럼 바뀌어
하버드대 연구팀, 제브라피시 대상 변이 분석 중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생물은 바다에서 먼저 생겨났으며 나중에 육지로 옮겨왔다.
팔·다리를 가진 인간이나 날개를 가진 새, 네 다리로 걷는 코끼리까지 모든 사지(四肢)동물의 먼 조상은 물속에서 생활하다 뭍에 올랐으며, 물속에서 헤엄치는데 이용하던 지느러미가 팔이나 다리, 날개가 됐다.
고생대 데본기 후기인 약 3억7천500만 년 전 아열대성 기후의 얕은 늪지에 살던 어류와 사지동물의 중간 단계인 '틱타알릭'(Tiktaalik) 화석은 지느러미의 진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느러미 안은 복잡한 구조의 뼈를 갖고 있지만 끝부분은 물고기와 같은 지느러미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지느러미의 진화는 많은 유전자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유전자 하나의 변형만으로 지느러미뼈가 팔뼈처럼 복잡하게 바뀌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셀 프레스 등에 따르면 이 대학과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팀은 잉엇과 경골어류인 '제브라피시'(zebrafish)의 유전자 변이가 가슴지느러미 뼈에 새로운 뼈를 추가해 팔뼈처럼 변형시키는 결과를 생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제브라피시의 가슴지느러미 뼈는 인간의 팔이 어깨에 붙어있는 것과 비슷하게 어깨 관절에 연결돼 있지만, 인간이나 다른 사지동물들과는 달리 여러 개의 뼈가 관절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만 돼 있다.
제브라피시의 유전자 변이는 어깨 관절과 가슴지느러미 뼈 사이에 한 세트의 새로운 뼈를 발달시켜 팔꿈치와 비슷한 관절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책임저자인 매튜 해리스 하버드의대 유전학 교수는 "단 하나의 유전자 변이로 새로운 뼈를 얻고, 관절과 뼈에 붙은 근육까지 한꺼번에 만들었다"면서 "근육이나 관절, 뼈와 관련된 각각의 유전자 변이는 필요하지 않았으며, 어떤 변화든 모든 것을 일치시켜 추진되게 시스템이 조절돼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유전자 변이가 기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무작위 관찰을 진행하다가 이런 변이를 찾아냈다. 제브라피시는 대량 번식이 가능하고 수정 후 기관형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은데다 투명한 배아를 통해 발생 과정을 관찰할 수 있어 각종 연구의 모델 동물로 이용되고 있다.
유전자는 vav2와 waslb 중 하나가 독립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두 유전자 모두 뼈 발달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연구 과정에서 팔의 중간 부분을 결정하는 혹스(Hox)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어류가 팔·다리와 같은 기관을 발달시키는데 필요한 시스템을 아예 잃었거나 불능화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일부는 팔·다리를 형성할 수 있는 잠재된 능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했다.
논문 제1 저자인 M. 브렌트 호킨스 박사는 "하나의 유전자 변이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뼈와 관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약간 믿기지 않는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지느러미와 다리의 예상치 못했던 공통점을 찾아냈으며 아직 발견하지 못한 더 많은 유사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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