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자신이 반대한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한 바이든

입력 2021-02-07 07:07  

[특파원 시선] 자신이 반대한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한 바이든
탄핵심판·취임선서 주재…미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긴장 관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제46대 대통령에 오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이 장면은 두 사람의 과거 인연과 맞물려 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수재형 판사로 꼽히는 로버츠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상원의 인준 동의안이 가결돼 불과 50세 때 취임했다.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
그는 직전 대법원장인 윌리엄 렌퀴스트의 로클럭(재판연구원) 출신으로, 하버드 로스쿨 수석 졸업자이며 변호사와 검사, 법관을 모두 거친 실력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의 성향을 이유로 거세게 공격했다. 상원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 78표, 반대 22표로 인준안이 가결됐다.
이때 반대표를 던진 한 명이 상원의원으로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이다. 역시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반대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 자신이 반대한 대법원장에게 취임 선서를 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것은 미국의 전통이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대법관에게 선서했고 제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이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한 이래 이어져 왔다.


미국 대법원장은 대통령 탄핵심판도 주재하는 껄끄러운 자리이기도 하다.
판례법 국가인 미국은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지 않다.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하는 방식에는 법원의 사법심사와 헌법재판소 제도가 있다.
헌재는 실정법을 위주로 하는 대륙법계 국가에서 발달한 제도다. 반면 미국과 같은 영미법계는 구체적인 사건의 판례를 축적해 운용하며 대법원이 위헌법률을 심사한다.
한국의 경우 헌법에 따른 탄핵심판을 헌재가 맡는다. 헌재가 없는 미국에선 상원이 진행하지만 형사 재판을 준용한 탄핵 심리를 주재하는 '재판장'은 대법원장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심판을 주재했다. 그는 두 번째 사건도 맡을 뻔했지만, 이번에는 악연을 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부추긴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 소추돼 9일부터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된다.
두 번째 탄핵심판을 앞두고 재판장을 누가 맡을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 사건은 대법원장이 맡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한 상태여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 주재자에 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결국 양당 합의로 민주당 패트릭 리히 상원의장 대행이 심리를 주재한다.
미 역사상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하고 이후엔 대법원장으로서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받은 인물도 있다.
일본의 한반도 강탈을 인정한 미일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장본인인 장관 출신의 윌리엄 태프트로, 그는 1909년 미국 27대 대통령으로 대법원장에게 취임 선서를 했다.
그로부터 12년 뒤에는 제10대 대법원장이 돼 재임 기간 2명의 대통령에게서 취임 선서를 받았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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