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남 KIC 사장 "작년 국부 24조 늘려…ESG 체계 강화"

입력 2021-02-07 08:00  

최희남 KIC 사장 "작년 국부 24조 늘려…ESG 체계 강화"
"벤치마크보다 잘해 상당한 의미…올해 미국 증시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체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책임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안에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투자 배제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KIC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을 계기로 기술·벤처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 "다음번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 기업을 조기 발굴해 투자하겠다"고 했다.
KIC를 3년 가까이 이끌어 온 최 사장은 작년 11월부터 정부의 '금융협력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다음은 최 사장과의 일문일답.



-- 작년 218억달러(23.7조원)의 투자수익을 냈고 벤치마크 대비 상대수익률(+144bp)도 역대 최고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 요즘 주식시장이 좋다 보니 KIC가 13.7% 수익을 올렸다고 하면 "그 정도밖에 못 해?"라고 할 수 있으나, KIC는 주식 40%, 채권 40%, 대체투자 15%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돼 있고 100% 해외투자다. 해외투자를 통해 2019년 15.4%, 2020년 13.7%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낸 것은 상당히 의미 있다. 과거 16∼18% 수익률을 올렸을 때는 전년도에 금융위기로 왕창 빠졌다가 복원해서 올라간 것이었다.
KIC는 국부펀드이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므로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은 그대로 우리 국부가 늘어난 것이다. 작년에는 218억달러의 국부를 늘린 것이다. 특히 벤치마크보다 144bp를 더 잘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자산을 운용하며 벤치마크보다 잘하기 쉽지 않은데, 시장보다 KIC가 이만큼 더 잘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작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투자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줬나
▲ 연초 주식 비중을 줄였다가 코로나 충격 이후 주식 비중을 늘리는 등 주식과 채권 비중을 시장 흐름에 맞게 조정해 수익에 기여한 면이 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구조적 흐름의 변화를 반영해 대체투자에서 물류창고, 텔레콤타워, 광통신 이런 쪽 투자를 늘렸다.
-- 올해 시장 상황과 KIC의 올해 투자 수익 전망은
▲ 미국 바이든 정부가 새로 출범하며 경기회복을 첫 번째 목표로 내세웠으니 당분간은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이다. 경제회복을 위한 미국 정부의 과감한 정책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회복되고 그것이 주가 상승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시장 기대가 있다. 저희가 보기엔 금년에도 주식시장은 긍정적일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공룡기업, 특히 IT기업에 대한 규제와 공정 거래를 강조하고 있고 법인세 인상도 공약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조정이 있지 않겠나 본다. 그때쯤이면 경기도 회복되다 보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상승 조치도 있을 거다. 요약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호재가 아직 많은 편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그런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채권 쪽은 미국이 2조 달러 부양책으로 국채를 더 발행하면 금리가 상승할 것이므로 채권 투자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 중이다. 대체투자는 디지털화 등 세상의 변화 흐름을 반영한 부동산, 인프라 투자 기회에 관심을 갖고 있다. 텔레콤 타워, 데이터센터, 물류창고 등이 예다.
올해 KIC가 재작년, 작년처럼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투자의 장기기대수익률 자체가 많이 내려가고 있어서다.
-- 그간 강조해 온 ESG 투자 관련 올해 계획은
▲ ESG 요소를 감안하는 것은 투자수익 제고에 기여할 뿐 아니라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ESG는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전략이다.
KIC는 투자의 전 과정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전통 자산의 경우 주식은 투자할 때 기업의 ESG 등급을 감안해 그 회사에 대해 언더웨이트(비중축소)할지 오버웨이트(비중확대)할지 의사결정을 하는데, 올해 중으로 ESG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투자 배제'를 하는 전략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KIC가 '글로벌 ESG 전략펀드'를 1년 반 정도 운용해 왔는데 올해 이 펀드의 규모를 지금(4억 달러)의 두 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 취임 후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작년 대체자산 비중이 전년 말 대비 줄었다.
▲ 작년 말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이 약 84%, 대체자산이 15.3%다.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고 작년에만 34억달러의 대체자산을 늘렸는데 주식시장이 너무 좋다 보니 전통자산 비중이 확 커졌다. 하지만 KIC는 꾸준히 대체투자의 절대 금액을 계속 늘려서 궁극적으로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상반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으로 기대하는 바는
▲ 현지 벤처 운용사 및 벤처기업과 긴밀한 교류가 가능해질 것이다. 기술, 벤처투자는 대개 네트워킹으로 한다. 따라서 그 안에서 전문성과 네트워킹을 형성하면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음번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 기업을 조기 발굴해 투자하겠다.
-- 최근 5년간 퇴직자가 70여명에 이르는 등 국가 자산을 운용하는 KIC가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겨지고 있다. 우수 인력을 붙잡기 위한 방법은
▲ 직원들이 떠나는 데에는 '푸시(push) 요인'과 '풀(pull) 요인'이 있다. 최근 5년간 해외 대체투자 붐이 일면서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KIC 직원들을 많이 스카우트해갔다. 또, 유능한 직원들이 민간 금융기관에 비해 성과 보수나 승진이 제약되다 보니 '밖에 나가서 좀 더 해보고 싶다'고 느껴 조직을 떠났다. 밖에서 잡아당기는 힘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조직 내에서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게 만들려면 공공기관이라는 제약 요인 하에서도 성과에 바탕을 둔 보상 체계를 많이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초과 수익 인센티브'를 만들어서 수익이 월등히 뛰어난 투자 담당 직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 금융협력대사로서 우리나라가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접근 방법은
▲ 금융중심지는 두 타입이 있다. 뉴욕, 런던과 같이 그 나라의 경제 규모도 크고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금융중심지가 있고,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틈새시장으로 큰, 규제도 거의 없고 외국 금융기관이 들어와서 마음껏 플레이 하라고 운동장을 내준 형태의 금융중심지가 있다. 우리가 어느 모델을 따라갈지 생각하면 사실 위치가 애매하다. 우리는 금융규제 측면에서 미흡한 면이 있어서 홍콩, 싱가포르를 따라가기 어렵고, 세금 수준도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측면에서 작지 않고, 삼성·현대차·SK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 고령화로 기금 규모가 많이 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외국 자산운용사들이 보기에 좋은 시장이며,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기에 나름 좋은 여건인 것은 맞다.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이 있다면 이를 돕는 게 제 역할이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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