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승리로 끝난 SK와의 배터리 전쟁…'조기 합의' 가능할까

입력 2021-02-14 08:41  

LG 승리로 끝난 SK와의 배터리 전쟁…'조기 합의' 가능할까
미 ITC 최종 결정서 LG 승소…코너 몰린 SK 합의 부담 커져
SK는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지난 10일(이하 미국시간) LG측 승리로 끝남에 따라 양 사의 합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측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수입금지 10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SK가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평행선을 달렸던 양측이 합의금 간격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조기 합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보톡스' 때와 달랐던 ITC '배터리' 최종 결정
양 사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은 또 다른 영업비밀 침해 분쟁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분쟁과 비교돼 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ITC에서 벌이는 다툼인데다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라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보고, 2019년 1월 공식 제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보다 3개월 늦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의 분야에서 76명의 핵심 인력을 빼갔다며 제소했다.
예비결정까지는 비슷한 길을 가는 듯한 두 분쟁은 최종 판결에서 달라졌다.
ITC는 지난해 말 보톡스 분쟁 최종 결정에서 예비 결정 당시 10년이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수입금지 기간을 21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제조공정 도용 등의 혐의는 일부 인정한 결과지만 오히려 메디톡스가 주장한 보툴리눔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일각에선 배터리 분쟁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내놓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 등 미국의 공익(Public)과 큰 관련이 없는 보톡스와 달리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가동 여부가 달려 있어 'SK의 조기 패소'라는 예비 결정이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ITC가 내놓은 판결은 LG의 압승이었다.
ITC는 지난해 2월 예비 결정에서 별도의 수입금지 기간을 공지하지 않았는데, 최종 결정에서 10년 수입금지가 나온 것은 분쟁을 제기한 LG측도 놀랄 정도의 중징계였다.
이는 ITC가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LG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를 모두 인정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 부담 커진 SK, 포드 등 고객사도 '합의하라' 압박
SK이노베이션은 다급한 상황이 됐다. 미국 내에 건설하는 조지아주 1, 2공장을 계속 가동하려면 서둘러 수입금지 조치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ITC는 SK측에 10년 수입금지를 내리면서 이 조치로 당장 타격을 받게 된 폭스바겐(북미 MEB 플랫폼 전체)과 포드(F-150 픽업트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각 2년과 4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각각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1공장과 2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인 두 회사는 조지아주 공장의 제품 시운전(1공장)과 건설·시운전 기간(2공장)을 고려할 때 폭스바겐은 내년부터 1년, 포드는 내후년부터 2년 정도만 SK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다.
SK측은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LG와 합의해 수입금지 규제를 푸는 수밖에 없다.
SK가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서둘러 합의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영업비밀 침해 기업이라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신규 수주에 제약이 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 고객사들도 서둘러 합의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포드의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면서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폭스바겐은 "한국의 두 배터리 공급업체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12일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미국 기업인 포드에 비해 유예기간이 절반밖에 안 되는 데 불만을 표출한 것이지만, 배터리 납품사인 SK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 합의금 격차 2조원 넘어…60일 내 합의할까
SK측이 수입금지 조치를 풀 수 있는 또 다른 희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0일간의 리뷰 기간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SK측은 ITC 최종 결정 이후 "대통령의 검토 등 남은 절차에서 SK 배터리의 안정성과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공익성을 집중적으로 전달하겠다"며 거부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 등이 미국내 공장에서 공급하는 경우에 한 해 '공익(Public)'을 들어 유예기간을 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공익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애매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 온 데다, 특허 침해가 아닌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유다.
다만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과 여론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장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12일 성명을 내고 "ITC 결정 때문에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조기 합의를 위해 넘어야 관문은 양측의 배상금 격차다.
LG는 최근까지 2조5천억∼3조원 가량을 요구하는 반면, SK측은 자회사(SKIET)의 상장 지분 일부 제공을 포함해 적게는 1천억원대, 많게는 5천억∼6천억원대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나온다.
격차가 2조원 이상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는 ITC 최종 결정 이후 보고서에서 "합의금이 5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이며 합의가 안되면 LG가 유럽에서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최종 배상금을 결정할 델라웨어 지방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 금액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통령 리뷰가 이어지는 60일이 조기 합의의 '골든 타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선 정세균 총리까지 나서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데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양쪽 모두 이 기간 내에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둔 SK 최태원 회장이 다음달 회장 취임 전에 이번 사안을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측이 배상금을 단기에 주기 어렵다면 자회사 지분 제공이나 로열티 방식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의금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다면 대통령 리뷰 기간이 끝난 뒤 SK가 항소할 가능성이 있고, 합의도 지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종전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LG도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고집하면 협상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관건은 합의금 격차인데 LG가 당초 제시한 금액이나 그보다 다소 낮은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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