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미중 '핵심 이익' 공방 가열 "내가 주도권 잡는다"

입력 2021-02-14 10:44  

설연휴 미중 '핵심 이익' 공방 가열 "내가 주도권 잡는다"
바이든 초기부터 미중 정상 '홍콩·대만·신장 문제' 설전
美, 대만 등 아시아 동맹 강화 시동에 中, 영국·독일 압박
무역 분야 협력 조짐도…미국산 옥수수 수입·틱톡 제재 중단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3주 만에 미중 정상이 통화하며 대화의 물꼬는 틔웠지만 '핵심 이익'을 놓고 설전을 벌여 향후 순탄하지 않은 양국 관계를 예고했다.
특히, 미중 정상 통화에 앞서 미국은 대만 고위관계자와 회동하며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했다. 중국 또한 동맹 강화로 대중국 압박을 노리는 미국에 맞서 영국과 독일 등을 비난하며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미중 양국은 정상 간 통화를 계기로 상호 접점이 있는 무역 분야 등에서 협력의 공간도 남겨두는 등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다.

◇ 미중 정상 '홍콩·대만·신장 문제' 놓고 2시간 설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간 임기 초반 일정 기간의 정치적 밀월을 뜻하는 허니문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1일 통화에서 시 주석에게 불공정 무역에서부터 홍콩과 신장(新疆)의 인권, 대만 문제 등을 모두 꺼내 압박했다.
시 주석 또한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며 강력히 반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 이어 미중 갈등 2라운드가 사실상 본격화됐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문제 삼았던 무역 및 인권, 지역 문제를 바이든 정부도 계승해 대중국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과 각을 세우던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까지 직접 언급함에 따라 향후 대중국 기조가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시 주석 또한 미중 간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하는 바탕에서만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 향후 홍콩, 대만, 무역 문제를 놓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를 앞둔 지난 10일(현지시간)에는 대중국 국방전략을 수립할 태스크포스를 국방부에 설치했다.
태스크포스의 검토 대상에는 아시아의 미군 주둔, 기술, 정보, 동맹과 파트너십의 역할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고위 당국자도 미중 정상 통화에 앞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감축할 것 같지 않다면서 동맹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해외 주둔 병력 규모를 줄이겠다고 지속해서 경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재편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13일(현지시간) 중국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제공하라며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계속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코로나19의 기원을 찾으려는 WHO 조사팀에 초기 발병 사례들에 대한 미가공 원자료(로 데이터)와 맞춤형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과 독일에 대한 압박을 가속했다.
영국이 공산당 통제 속에 운영된다며 중국 CGTN 방송의 면허를 취소하자 춘제 연휴인 지난 12일 중국 정부는 영국 BBC 월드 뉴스의 자국 내 방영 금지로 보복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라디오텔레비전홍콩)도 중국 정부의 결정을 이유로 BBC 방송 중계를 중단했다.
BBC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성폭행 의혹 보도와 우한(武漢)의 코로나19 발병 관련 보도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비난과 경고를 받아왔다.
독일 명문 프로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은 페이스북에 올린 설 인사에서 대만 국기와 함께 중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달았다가 중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면서 "이에 중국은 영국, 독일 등 미국 동맹국들에 대립각을 세우며 경고의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중 '싸워도 챙길 건 챙긴다'…협력 여지 남겨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달라진 점은 무역 등 상호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분야에는 협력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정상이 첫 통화에서 2시간 넘게 설전을 벌였지만, 양측 모두 미중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미중간 싸우면 둘 다 손해이므로 협력만이 유일하고 정확한 선택"이라면서 "양측은 서로 오판하지 않도록 대화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하게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미중 정상 통화가 끝난 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11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춘제 온라인 리셉션에서 "미중은 중국 문화에서 헌신을 상징하는 황소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추이 대사는 미국 등 각국과 협력해 세계 경제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와 기후변화 협력 등을 위해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IT 업체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매각 행정명령 집행을 무기한 중단시켰다.
앞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틱톡의 미국 사업체를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려 미중 갈등이 커진 바 있다.
중국 런민대 왕펑 재정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이번 틱톡 조치에 대해 "미중 양국 관계와 무역 관계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양국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전반적인 압박 속에서 국내 이슈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또한 바이든 취임 후 첫 한 주 동안 미국산 옥수수 586만t을 수입하면서 성의를 보이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직전 주의 7만여t와 비교해도 구매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
미국과 중국은 작년 1월 양국 간 '관세 난타전'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중국이 미국에서 농산물을 포함한 대량의 상품·서비스를 추가 구매하는 것을 골자로 한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직후 대규모 옥수수 구매에 나선 것은 새 미국 행정부에 우호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소식통은 "미중간 대만 등 핵심 문제에 대해선 양보가 없어 보이지만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는 서로 이득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이어지면서 수정 보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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