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한파에 미국 꽁꽁 얼었다…20여명 사망·정전 피해 눈덩이(종합)

입력 2021-02-17 14:41   수정 2021-02-17 14:42

최악 한파에 미국 꽁꽁 얼었다…20여명 사망·정전 피해 눈덩이(종합)
미국인 절반에 겨울 폭풍 경보…일산화탄소 중독·동사 등 속출
550만 가구 정전 사태에 수도 공급까지 끊겨…백신 접종도 차질
기후 변화에 북극 냉기류 남하…미국 남부, 알래스카보다 추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이 최악의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겨울 폭풍이 몰고 온 북극발(發) 맹추위에 미국 본토(하와이·알래스카 제외)의 4분의 3이 눈에 뒤덮였고, 미국인 절반에게 경보가 발령됐다.
이번 한파는 눈 구경을 하기 힘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남부 지방까지 덮쳤고, 알래스카보다 더한 맹추위에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겹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국 45개 주에 눈 내려…주민 1억5천만명에 한파 경보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분석 자료를 인용해 본토 48개 주(州) 전체 면적의 73%에 눈에 쌓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으로, 미국 본토 4분의 3이 얼어붙은 셈이다.
눈이 내리지 않은 지역은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3개 주에 불과했다.
미국 기상청(NWS)은 맹추위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겨울 폭풍 경보가 발령된 지역 주민은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억5천만명에 달한다.
기상청은 "겨울 폭풍이 매우 빠른 속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어 놀라울 정도"라며 "이번 한파가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텍사스 등 7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캔자스주는 재난 상황을 선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 루이지애나, 켄터키 등 7개 주지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연방의 비상 자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재난 대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23명 사망…일산화탄소 중독에 동사, 토네이도 사고사까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숨진 사람은 현재까지 최소 23명이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노숙자 1명이 동사했고, 2명은 추위를 피하려고 차고 안에서 승용차에 시동을 켜둔 채 장시간 머물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휴스턴 경찰은 이날 하루 90건 이상의 일산화탄소 중독 신고 전화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도 일산화탄소 질식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졌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아동 13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 측은 각 가정에서 프로판 가스와 디젤 발전기, 가스 오븐으로 난방을 하려다 아이들이 유독 가스를 들이마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정전으로 추위에 떨던 휴스턴 지역의 할머니와 아이 3명이 벽난로를 켜다 화재가 발생해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이어졌다.
루이지애나주 한 남성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힌 뒤 숨졌고, 테네시주에서는 10살 소년이 얼음이 서린 연못에 빠져 사망했다.
켄터키와 텍사스 등지에서는 빙판길 차량 연쇄 추돌 사고로 현재까지 모두 10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또 겨울 폭풍이 만들어낸 토네이도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3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기록적 한파에 550만 가구 '블랙아웃'…백신 접종도 차질
맹추위는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텍사스주가 430만 가구로 피해가 가장 컸다. 오리건과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도 각각 10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봤다.
일부 전력회사들은 난방 수요가 폭증하자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순환 단전을 시행했다.
정전으로 난방이 어려워진 주민들은 가정에서 다수의 담요를 덮은 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최악의 정전 피해를 본 텍사스주는 연방정부에 발전기를 긴급 요청했고, 35곳에 비상 대피소를 열었다.
전력 차단으로 수도 공급마저 끊겨 이중의 고통을 겪는 주민들도 나왔다.
텍사스주 애빌린에선 혹한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주민 12만3천 명에게 수도 공급이 끊겼고, 오클라호마 털사에선 수도관 113개가 동파했다.
혹한과 정전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큰 차질을 초래했다.
텍사스주, 오클라호마, 미주리, 켄터키, 앨라배마, 미시시피주는 한파가 풀릴 때까지 일부 백신 접종소의 문을 닫거나 당분간 예약을 받지 않기로 했다.



◇공장도 잇단 폐쇄…"1조원 규모 기상재난 될 것"
대형 유통체인 월마트는 이번 한파 때문에 500개 이상의 점포를 폐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월마트는 성명에서 "직원과 고객 안전을 위해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업체 GM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하는 테네시, 켄터키, 인디애나, 텍사스주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포드도 픽업트럭 등을 조립하는 캔자스시티 공장 문을 닫았다.
닛산은 미시시피와 테네시의 4개 공장을 폐쇄했고, 도요타도 켄터키, 인디애나 등 6개 주의 공장 가동을 멈췄다.
배송업체 페덱스는 일부 도시에서 물품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2천800여편의 항공기가 결항했고, 17일로 예정된 2천여 항공편도 취소됐다.
기상학자 타일러 몰딘은 "이번 한파는 올해 들어 첫 10억달러(1조1천20억원) 규모 기상 재난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가 최악 한파 초래…미국 남부, 알래스카보다 추워
이번 혹한은 극지방 소용돌이에서 비롯됐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해지자 냉기를 품은 극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미국 전역에 한파를 몰고 왔다.
기상학자 브랜던 밀러는 "이번 한파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북극이 지구 나머지 지역보다 두 배 빨리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 2천여 곳에서 최저 기온 기록이 깨졌다고 전했다.
콜로라도주 유마에선 섭씨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에서는 영화 31도를 찍는 등 살인적 강추위를 기록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영하 24도까지 내려갔다. 1899년 이후 122년 만의 한파였다.
특히 텍사스와 아칸소 등 남부 지역에도 '빌로 제로'(화씨 0도 이하, 섭씨 기준 영하 17.7도 이하)의 기록적인 혹한이 엄습했다.
텍사스주 댈러스는 영하 18.8도를 기록해 1930년 이후 91년 만에 최악의 한파를 경험했다.
텍사스주 휴스턴과 아칸소주 리틀록은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0도와 영하 18도를 각각 기록했다.
미국 기상청은 텍사스와 아칸소, 오클라호마 일부 지역은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영하 16도)보다 최저 기온이 낮았다고 전했다.
NOAA는 "이번 한파는 1899년 2월과 1905년 2월의 역사적인 한파와 견줄만한 기록적인 추위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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