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피의 일요일'…시위대 최소 18명 사망, 약 1천명 구금(종합2보)

입력 2021-03-01 08:28   수정 2021-03-01 17:19

미얀마 '피의 일요일'…시위대 최소 18명 사망, 약 1천명 구금(종합2보)
쿠데타 후 최악 유혈사태…유엔, 최소 48명 사상 확인
유엔인권사무소 무력사용 중단 촉구…국제사회 강력 규탄
AP통신 기자도 구금…'SNS에 참사정황 속출' 사상규모 더 심각할 수도



(자카르타·서울=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장재은 김유아 기자 = 미얀마 군경이 민주화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해 쿠데타 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미얀마 군부의 거듭된 평화시위 탄압에 따라 국제사회의 우려가 극적으로 증폭하면서 미얀마 정정 혼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주목된다.
유엔인권사무소는 28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을 비롯한 전국에서 펼쳐진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미얀마 군경의 무력 사용으로 시위자 가운데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들 사상자는 미얀마 군경이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바고 등지에서 군중에 실탄을 발사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고 사무소는 설명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미얀마 시위에서 고조되는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군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샴다사니 대변인은 "미얀마인들은 평화롭게 집회를 열어 민주주의 복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군경은 이 같은 근본적 권리를 반드시 지켜줘야 하고 폭력적인 유혈 진압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치명적 무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는 인권침해로 규정하며, 국제사회에 시위자들과 연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국제사회들도 잇단 입장발표를 통해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을 강력 규탄하고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이날 시위에서 사망한 이들이 유엔의 집계보다 적은 12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얀마 현지 매체와 외신들은 이날 오후 시위대 1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4명, 7명, 11명까지 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얀마에서 온라인·위성·지상파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독립 언론사 버마의민주소리(DVB)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양곤, 만달레이 등 9개 도시에서 확인된 사망자가 19명 발생했고, 미확인 사망자도 10명 있었다며 2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규탄 시위에 참여한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말했다.
양곤 사망자 중에는 교사들 시위에 참여한 여성도 포함됐다. 그는 경찰의 무차별적인 진압 작전 이후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웨이 지역 정치인 초 민 티께는 "경찰 발포로 다웨이에서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만달레이에서는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지는 등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망 경위와 규모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사망자가 유엔이나 미얀마 정부 집계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망자 소식에서 이날 양곤 2명, 띤간쥰(Thingangyun) 1명, 다곤 1명, 다웨이 5명, 만달레이 1명, 바고 3명, 파코쿠 1명, 메익 2명 등 최소 20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다웨이 5명, 양곤 4명, 메익 7명, 바고 3명, 만달레이 1명, 파코쿠 1명 등 21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는 등 사망자 수가 조금씩 다르다.

미얀마 시민들은 쿠데타 발생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며 '피의 일요일'이라 칭하고, 총 맞은 시민 사진과 동영상을 속속 SNS에 올리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이날 강경 유혈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체포·구금 사태도 빚어졌다.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는 이날 1천 명이 붙잡힌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중 27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쿠데타 이후 체포·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은 시민의 수가 1천132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특히 이 중에는 미국 언론사인 AP의 소속 기자도 포함됐다.
AP는 자사 소속 기자인 테인 조(32)가 전날 오전 양곤의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중 경찰에 끌려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면서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이안 필립스 AP 국제뉴스 부회장은 "독립적인 언론인은 자유롭고 안전하게 보복 걱정 없이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테인 조에 대한 독단적인 체포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의 외신기자클럽도 "테인 조와 다른 언론인들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을 요구한다"고 체포를 비판했다.
앞서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같은 날 중부 몽유아 타운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 현장을 SNS로 생중계하던 기자 다수가 체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 부정이 있었음에도 문민정부가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가 정권을 잡은 지 한 달이 지나면서 국내외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군사정권은 오히려 강경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시위대도 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정권교체를 이유로 들어 시민불복종을 선언하고 전국에서 점점 더 큰 규모의 민주화 시위를 벌여가고 있다.
군부와 시위대가 점점 더 경직되는 강대강 국면을 이어가면서 더 심각한 유혈사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군경이 이날 초강경 진압에 나선 것도 시위대가 2차 총파업으로 시위 규모를 늘리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시위대는 미얀마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한 지난 22일 '22222(2021년 2월 22일을 의미) 총파업'에 이어 이날 2차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당시 총파업은 전 세계에 쿠데타에 분노하는 미얀마의 민심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트위터에 "도대체 몇 명이 죽어야 유엔이 행동에 나설 것이냐",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태국, 홍콩, 대만의 반(反)독재 세력 간 연대인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은 미얀마의 시위대에 동조해 태국과 홍콩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기로 한 바 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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