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활성화 vs 차별과 불평등의 도장…백신여권은 판도라의 상자

입력 2021-03-03 16:23   수정 2021-03-04 07:41

경기활성화 vs 차별과 불평등의 도장…백신여권은 판도라의 상자
"백인만 식당출입 가능·부국만 해외여행"
접종률 높은 집단이 활동범위도 늘게 돼…소외계층 배제 우려
국가간 빈부격차도 심화할 듯…'국가가 백신 의무화' 반발 나올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전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속 개시되며 '백신 여권'에 관한 논의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도 3일 여러 국가 간 논의를 통해 백신 여권 관련 규범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신 여권이란 정부가 발급하는 일종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로, 이를 지닌 사람에 한해 방역 지침을 완화하거나 면제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각에선 백신 여권이 통용되면 가족·친지들이 다시 안전하게 모일 수 있고, 관광 등 산업이 활성화되며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국가·주민 간 빈부격차와 국수주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2일 뉴욕타임스(NYT)는 백신 여권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들을 정리했다.

◇국내 빈부격차·사회적 차별 심화
백신 여권 소지자에게만 이동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완화하면 주민 간 빈부격차가 심화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백신을 접종하면 직장 출근과 식당 및 운동시설 출입 등이 더 자유로워지는데, 대체로 부유한 집단일수록 백신 접종률도 높기 때문이다.
NYT는 "서구권에선 부유하고 백인 비율이 높은 지역 사회일수록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 그래도 차별받는 소수 계층이 백신 여권 도입으로 더욱 소외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직장들이 백신 여권 소지를 의무화한다면 고용과 소득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 워싱턴대 소속 공중보건 전문가인 니콜 에렛은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불평등 이슈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각해진 인종 간, 계층 간 불평등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간 빈부격차 심화·국수주의 초래 우려
백신 여권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면 국가 간 빈부격차 역시 심화할 수 있다.
백신 여권 소지자에게만 해외 이동을 허용하면 결국 백신 확보량과 접종률이 높은 부국 국민에게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에렛은 "부국 국민에게만 각국이 문호를 개방하면 많은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경제와 지역사회가 번창하는데 필수적인 자원과 관계로부터 단절시키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공용 백신여권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각국이 자국에 유리한 방안만 내세워 국수주의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지정학적 갈등은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EU의 27개 회원국은 서로 경제 수준과 백신 접종률이 천차만별이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어 여권 도입을 둘러싼 입장차가 뚜렷하다.
스페인, 그리스 등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은 남유럽국은 EU 차원의 백신 여권 도입을 강하게 주장한다. 반면 관광 산업 비중이 비교적 낮고 백신 접종률도 낮은 프랑스, 독일 등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다.

◇사실상 '백신 의무화'…정치 이슈화 우려도
백신 여권이 통용되면 비소지자는 소지자보다 활동의 자유가 비약적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
이 경우 백신 여권이 개인의 자유 침해 범위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로 비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영국에서 지난달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백신 접종자에게만 공공장소의 자유로운 입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자, 같은 보수당 소속 마크 하퍼 하원의원이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을 하는 데 특정 의료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할 순 없다고 본다"라며 반박한 일이 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학교 내 볼거리·백일해 백신접종 의무조처를 강화하자 반(反)백신주의자 단체 등이 '부모의 양육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며 당파적 갈등으로 치달았다.
미국에선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마스크가 정치적 이슈가 된 바 있다.
백신 접종 여부를 정치적 견해에 따라 결정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 결국 대다수 구성원의 면역력 확보가 필수적인 '집단면역' 달성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중국산 백신 맞아도 여권 발급하나?…세부 쟁점 '산더미'
백신 여권을 도입한다고 해도 각국이 세부적인 기준에 합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례로 1차 접종만 마쳐도 여권을 발급할 것인지, 중국·러시아산 백신도 발급기준을 충족하는지, 의료적 이유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에겐 발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인지 등은 국가별로 입장이 뚜렷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백신 여권의 사용 시한도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집단면역'의 달성 기준에 대한 견해는 전문가 별로도 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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