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땅 투기 정부합조단' 투기 발본색원해 정책 신뢰 높여야

입력 2021-03-04 16:02  

[연합시론] '땅 투기 정부합조단' 투기 발본색원해 정책 신뢰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한국토지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국민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합동 조사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3일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와 LH,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의 토지거래를 빈틈없이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 지휘 아래 국토부와 합동으로 한 점 의혹도 없이 강도 높게 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수사를 의뢰하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엄중 대응 지시 배경에는 이 사안의 잠재적 폭발력이 엄청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 같다.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땅 투기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아 초기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주택공급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철저한 진상 조사로 LH는 물론 신도시 개발 사전협의 과정에서 개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통로의 땅 투기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를 바란다.

다주택자 중과세 등 투기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혔던 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이 작년 하반기 들어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었고, 그 완결판이 2·4 부동산 대책이다. 이른바 '변창흠 표' 공급 확대 정책으로 공공이 주도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지구를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정비사업, 소규모 재개발, 도시재생사업 대부분이 공공 개입을 전제로 용적률을 높여주고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 사업에 속도를 붙이자는 것이 골자다. 종전에 발표된 공공 재건축이나 공공 재개발도 취지는 비슷하다. 공공주도 주택공급 정책의 맨 앞에서 조합과 주민을 설득하며 사업 참여를 이끌고 택지를 확보하는 곳이 바로 LH이다. 어느 곳을 신도시 후보로 지정할지를 검토하는 과정에 LH가 깊숙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책 수요자가 LH를 신뢰하지 못하면 주택 정책의 신뢰도 함께 추락하리라는 논리적 귀결이 그래서 나온다. LH 직원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단순한 이해충돌이나 도덕적 해이 차원의 문제를 넘어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살아가는 중산층 서민들의 분노를 사는 가장 큰 이유다.

합동 조사는 공공 주택정책의 신뢰 회복에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빈틈없이 조사해서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일벌백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차후에 발표될 신규택지나 도심 공공주도 사업 후보지에 대한 조사도 함께 벌여야 한다. 2·4 대책 발표 이후에 사들인 지분에 대해서는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 보상을 한다고 했지만, 대책 논의 과정에서 그런 정보가 새 나갔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공공주도 주택 공급정책 실효성이 의심받아온 터에 투기 의혹에까지 휘말렸으니 누가 LH에 자신의 땅을 선뜻 내놓겠는가. LH가 투기 의혹 연루자들의 직무를 배제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낸 것이야 나무랄 수 없지만, 서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윤리의식을 바로 세우는 것이 먼저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직원이 땅 투기를 일삼고 유료 사이트에서 토지경매 '1타 강사'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 곳이 수행하는 정책을 누가 신뢰할까 걱정이 앞선다. 일부 LH 직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성은커녕 "우리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은 없다"라는 적반하장식 인식까지 드러냈다고 한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신도시 투기 의혹이 LH 일부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인지,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서 나온 것인지도 가려내 발본색원하라는 문 대통령 지시의 속뜻을 잘 새기기를 바란다.

택지개발 관련 투기행위를 막을 제도적 맹점 보완도 시급하다. 택지개발 관련 공직자나 공공기관 임직원의 투기행위를 처벌하는 법으로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 특별법이 있지만, 택지개발 지정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는 처벌하기가 애매하다고 한다. 보상을 담당하는 직원이 개발 가능성만 보고 땅을 샀다고 했을 때 직접 업무 관련성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을 입증하기가 간단치 않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이참에 국토부와 LH 직원,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길 촉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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